홍유한(洪儒漢), 1726-1785

【홍유한(洪儒漢), 1726-1785】

 

홍유한(洪儒漢). 조선 후기의 학자. 자는 사량(士良), 호는 농은(隴隱)이고, 본관은 풍산(豐山)이며, 당색은 남인이다. 신유박해 순교자 홍낙민(洪樂敏, 루가 혹은 바오로)의 7촌 숙부.

 

풍산 홍씨는 고려 고종(1213-1259 재위) 때인 1242년(고종 29)에 과거에 급제한 후 국학의 직학 벼슬을 지낸 홍지경(洪之慶)을 시조로 하고 있다. 이후 홍지경의 현손인 홍구 때에 세거지를 안동 풍산에서 경기도 고양으로 옮기게 되었다.

 

홍유한은 서울 아현동에서 사헌부 지평(持平) 홍중명(洪重明)의 손자이며, 홍창보(洪昌輔)의 아들로 태어났다. 홍유한은 풍산 홍씨 문경공계(文敬公系, 모당공계) 지계공파(芝溪公派)에 속한다. 문경공은 홍구(洪龜)의 내손(來孫, 5대손)인 홍이상(洪履祥, 1549-1615)이며, 문경은 시호(諡號)이고, 모당(慕堂)은 호이다. 홍이상의 첫째 아들 홍방은 대사헌의 관직을 지냈고, 그의 아들 홍주일은 여주목사, 남원부사를 역임했다. 홍주일의 아들 홍만시(1628-1656)는 ‘서변(徐忭)의 옥사’(홍만시가 진사 한전 등이 변란을 모의했다고 서변에게 전했으나, 효종은 이 일이 무고임을 알고 관련자들을 체포하여 심문한 사건이다)로 심문을 받다가 의금부에서 매를 맞고 사망하였다. 홍만시는 홍중서(1651-1712)와 홍중명(1654-1686)을 낳았는데 홍중서는 순교복자인 홍낙민(1751-1801)의 증조부이고, 동생인 홍중명이 홍유한의 조부이다.

 

홍중명은 1671년 조헌경의 딸인 창령 조씨(1654-1725)와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었는데 1남이 홍유한의 아버지인 홍창보(1679-1759)이며, 1녀는 이단교(李端敎)와 결혼했다가 일찍 과부가 된 남원 고모이다.

 

홍창보는 8세(1686년) 때 부친을 잃었고, 부친과 마찬가지로 할머니 한씨의 동생인 한태상에게 10년정도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이익 등과 40여년을 교유하며 학문을 익혔다. 홍창보의 첫째 딸은 의령 남씨인 남계(南堦)와 결혼하여 필대ㆍ필문ㆍ필용 3형제를 낳았다. 그중 셋째 아들 필용이 남계의 6촌인 남돈(南墩)의 양자로 가면서, 남돈의 사위인 권철신과 처남 매부 사이가 되었다. 권철신은 홍유한의 매형인 남계의 7촌 좌사위가 됨으로 홍유한과 권철신은 인척관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권철신의 아버지인 권암과도 교류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홍창보는 독지역행(篤志力行), 즉 뜻을 돈독히 하고 힘써 행했기 때문에 독행군자(篤行君子)라고 일컬어졌는데, 홍유한 또한 영남에서 ‘독행군자’라고 칭해졌다. 홍유한의 행동이 부친의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홍유한은 16세가 되는 1741년에 부친의 권유에 따라 성호 선생의 문하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채응검의 딸인 평강 채씨와 결혼하여 1754년에 아들 홍낙질을 낳았다) 1757년 12월 18일 부친이 사망했고, 이후 한양의 가산을 정리하여 충청도 예산의 여사울로 내려갔다. (아마도 당시에 사도세자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당쟁을 피해 예산으로 이주한 듯 하다) 예산으로 이주한 홍유한은 이병휴를 비롯하여 예산을 찾는 성호학파 사람들과 교유하며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며 생활을 하였다. 이 시기에 권철신, 이병휴, 권제신, 이기양, 이총억 등이 홍유한과 교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75년 경상도 순흥(현 경북 영주시 단산면 구고리)으로 다시 이주하여 살다가 그곳에서 사망하였다. 다블뤼(M. N. A. Daveluy, 安敦伊) 주교는 그의 저서에서 “홍유한은 1770년경에 천주교 서적을 몇 권 읽은 뒤 천주교 실천에 열중하였다”라고 하였다. 또 “매월 7ㆍ14ㆍ21ㆍ28일 등 7일째가 되는 날마다 세속의 일을 모두 접어두고 기도 생활에 정성을 다하였으며, 뛰어난 애긍 행위를 실천하였다”라고 하였으나, 명확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1785년 1월 24일에 홍유한은 권준에게 안부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 중에 ‘유행하는 독감을 않는데 묵은 병이 도졌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6일 뒤인 1월 30일 별세하였고, 4월 19일에 순흥부 동쪽 문수산 우곡 골짜기에 안장되었다.

 

[참고] 『한국가톨릭대사전』, 『기독교대백과사전』 ; 방상근, “홍유한의 가계와 생애”, 「교회사학」 17호,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