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 일요일

직립보행 원시인 루시의 발견(기원전 290만년 전으로 측정)

직립보행 원시인 루시의 발견

 
1975년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하다르에서 고인류의 화석과 관련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3백 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아와시 강의 메마른 강 바닥이 내려다보이는 아파르 사막 한가운데 탐사 텐트를 쳤다. 처음 탐험에 나선 화석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Danald C. Johanson, 1943-)은 성과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초조했다. 그러던 어느날 해질 무렵, 그는 땅 위로 불거져 나온 하마의 갈비뼈처럼 생긴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그는 근처에서 다른 뼈 두 조각을 더 발견했다.

 
조핸슨이 발견한 뼛조각을 맞춰보니 서로 딱 들어맞았다. 그것은 원시인의 대퇴골과 정강이뼈였다. 인간과에 속하는 영장류 동물인 호미니드(hominid, 아랍어로 의 의미를 지닌다)의 초기 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유골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 뼈들은 대략 290만년 전의 것으로 측정되었다. 탐사단은 이 놀라운 발견에 흥분해 자축 파티를 벌였다. 그때 카세트 녹음기에서는 비틀즈의 노래 다이아몬드와 함께 하늘에 있는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그 화석에 루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루시라고 불리는 이 종은 두 발로 걷는 직립 원시인이었다. 이 원시인은 키가 120센티미터밖에 안됐다. 직립보행 원시인의 흔적은 그 뒤에도 또 발견되었다.
 
1978년 고고학자 메리 리키(Marry Leakey, 1913-1996) 일행은 탄자니아의 선사 유적 라에톨리의 응회암에서 357만 년이나 된 발자국을 발견했다. 초기 원시인들이 걸어가다가 발자국을 남겼는데, 그것이 근처 화산에서 날아온 화산재를 뒤집어쓰면서 그대로 남은 것이다. 1999년에는 고인류학자 제레세네이 알렘세지드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개골을 발견했다. 세 살짜리로 여겨지는 이 인간은 직립보행을 했지만 주로 나무에서 놀며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발로 서서 걷는 직립보행인의 등장은 초기 인류가 원숭이과의 유인원에서 진화해서 인간으로 갈라져 나오는 중요한 진보였다.
 
고고학자들은 하다르의 발견을 통해 인류의 계보에 진화의 새로운 곁가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루시의 발견 이후 원시인과 인류 조상의 화석이 상당히 많이 발견되었다. 루시의 발견으로 현재까지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호미니드의 기원과 인류의 선사시대는 36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이런 화석 자료들은 오늘날 현생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지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비롯해 아프리카 유인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적어도 십여 개의 서로 다른 종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지구를 걸어 다녔음을 암시한다. 오늘날에는 그 가운데 10만년 전쯤에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 남았다.
 
임영태, 스토리 세계사 1 - 고대편 I,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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