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3일 화요일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화의] 각 지역은 영주의 종교를 따른다!

1555, 아우크스부르크 화의각 지역은 영주의 종교를 따른다!

 
루터파와 칼뱅파, 그리고 가톨릭은 극단적 반율법주의자들을 박해하는 일에는 함께했지만, 그 외에 거의 모든 부분에서 부딪쳤다. 칼뱅주의자들은 가톨릭 교도들을 경건한 체하는 가식적인 사람들로 여겼고, 루터파에 대해서는 개혁의 외침만 있고 실질적인 개혁은 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간주했다. 이에 비해 루터파는 칼뱅파 사람들을 재세례파로 분류하면서 그들은 성찬의 실재론을 거부하는 등 기독교의 보편적 신앙(Catholic faith)을 버렸다며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롤리카르프 레이저 같은 일부 루터파 사람들은 칼뱅주의보다는 오히려 가톨릭을 선호했다.
 
칼뱅파, 루터파, 가톨릭 이 세 파벌은 서로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들은 힘이 없을 때에는 관용을 외치지만, 힘이 강해지고 나면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박해하는 등 이중적인 잣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면서 서로를 비난했다.
 
가톨릭 교도인 조지 엘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로테스탄트들이 지배하는 지역에서 가톨릭 교도들은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며 집과 토지를 빼앗기고 쫓겨나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이 지배하는 곳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여 들고일어나 종교의 평화를 깨뜨린다면서 가톨릭 지역의 영주들을 비난할 것이다.”
 
루터파인 다니엘 야코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칼뱅파가 권력을 잡지 못하는 곳에서도... 칼뱅과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여전히 즐거운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칼뱅파가 권력을 잡게 되면 그들은 단 한 음절의 루터파 교리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라반트의 영주이자 주교였던 조지 스토페우스는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대공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도시와 지방의 행정을 가톨릭 교도들에게만 위임해주시고, 오직 가톨릭 교도들만 회의에 참석하도록 해주십시오. 백성들에게 의무적으로 가톨릭 신앙을 고백하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를 거부하면 추방하겠다는 포고령을 반포해주십시오.”
 
이처럼 가톨릭과 루터파, 칼뱅파는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헐뜯으려 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종교적 독점권을 지키려 했다. 그들 간에 벌어진 결론 없는 싸움은 수년간 계속되었다. 마침내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555년에 이들은 아우크스부르크 종교 평화회의에서 하나의 원칙적 합의를 이루었는데, 이 합의란 한 지역의 종교는 그지역을 지배하는 영주가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이 합의는 나중에 각 지역의 종교는 영주의 종교를 따른다’(cuitus regio, eius religio)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사실 이것은 그다지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부족사회에서는 왕들이 부족의 종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신앙은 사회의 색채로부터 동떨어질 수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한 사회에서 두 종류의 법이나 화폐, 그리고 두 군대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두 종류의 종교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 사회의 종교는 누가 정할 수 있는가? 종교 문제와 관련한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자연스럽게 군주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게다가 이 결정은 하나님이 정하신 것으로 간주되었다. 왜냐하면 이미 대관식을 통해 국왕은 성례전적 은총(축복)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없애버렸던 사제직을 겸한 군주가 되살아났다. 결과적으로 백성들은 여전히 양심의 자유를 허락받지 못했다. 영주가 바뀌면 그의 성향에 따라 종교가 바뀔 수 있었으며, 심지어 한 영주가 지배하는 도중에도 그가 다른 종교로 개종하면 그 지역 종교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참고] 폴 존슨, 기독교의 역사서울: 포이에마,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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