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1일 수요일

날라리 모던보이에서 ‘의사’ 이봉창으로

이봉창을 살펴봅시다. 그가 처음 상하이 임시정부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모두 그를 경계했다고 합니다. 우리말도 정확히 구사하지 못하고 일본말과 섞어서 썼으며, 당시 일본이 임시정부를 부를 때 쓰던 표현인 ()정부를 사용하는 등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 일본인이 되고 싶어 애쓰던 철없는 청년


그는 사실 일본에 일찍 건너가서 일본인의 양자가 되어 이름도 기노시타 쇼조로 자진해서 바꾸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31운동으로 민족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 나중에 만들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초창기에는 일본인이 되고 싶어 애쓰던 철없는 청년이었던 것입니다.
 

#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


그러던 그가 1928년 히로히토 천황의 즉위식을 보려고 오사카에서 교토로 갔다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유치장에 갇힌 뒤 자의식에 극적 반전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일본인으로 살아가고 싶어도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버릴 수 없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 한인애국단에 가입한 이봉창


처음 상하이에 왔을 때의 그는 김구가 이끄는 한인애국단에 가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일본어를 잘하고 일본인들과 친교를 유지해왔던 것이 오히려 폭탄을 던지기 유리한 위치까지 근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폭탄을 들고 있는 사진 대부분을 보면 환하게 웃고 있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본래는 어두운 표정으로 찍힌 사진이었지만 나중에 여기에 웃는 얼굴의 사진을 합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 의거 전 20일간의 기록


게다가 이봉창이 도쿄로 돌아가 폭탄을 던지기까지 20일간의 기록은 우리가 기대하는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봉창의 행적에는 술 마시고, 영화 보고, 유곽에 드나들고, 골프를 치며 소일하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 영웅과 모던보이의 두 가지 이미지


독립운동의 영웅과 식민지적 근대를 상징하는 인간형인 모던보이는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이미지 같지만, 이봉창의 삶은 그 두 가지가 한 인간을 통해 복합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는 배경식 선생님의 말씀은 새겨볼 만합니다.
 
1901년생이었던 이봉창은 1932년 안중근과 같은 나이였던 서른한 살에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졌으나 실패하고 맙니다. 그리고 비밀재판을 통해 사형선고를 받고 1010일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 굴곡진 인생에 밀착시켜 바라보는 작업


안중근과 이봉창 두 사람의 의거는 분명 일제강점기를 뒤흔든 위대한 저항의 상징이자 행동이었습니다. 다만 이들의 행적을 지나치게 영웅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우리의 굴곡진 삶에 조금 더 밀착시켜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살아가면서 많은 부침과 변화를 겪게 마련이니까요.
 
[주진오,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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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에서는 이봉창의 논란에 대해서 조금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체포 직후 한 심문에서 그는 자신의 행위를 반성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겨 논란이 되고 있다. 어느 심문에서 그는 자신이 불교 사상에도 심취해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김구로부터 부추김을 받아 난폭한 짓을 했다고 밝혔다.

  • [] 피고인은 올해 18일의 흉행을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 나는 형무소에 수용된 후 불교 이야기를 듣거나 불교 책을 읽거나 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한 결과 나의 사상은 내가 사바 세계에 있을 때와 아주 다르게 변했습니다. 나는 김구(金龜)로부터 부추김을 받아 결국 그런 마음이 생겨 천황 폐하에 대해 난폭한 짓을 했습니다만 오늘에는 굳이 김구를 원망하지는 않으나 그 사람의 부추김에 놀아난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나의 어리석음으로 엄청난 짓을 해 참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거 후에 체포되었고, 체포 후에 재판 과정에서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체포 이후에 물리적으로 고문 등을 당했을 것이기에 재판 당시에 했던 진술만 놓고 반성 논란만을 강조하면서 이봉창의 의거를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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