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초기의 전황, 파죽지세의 북한군

7월 1일 영국과 프랑스는 “유엔군사령부의 설치와 유엔 회원국들의 무력 원조를 미국 정부의 단일 지휘 아래 둔다”는 공동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은 7월 7일에 7대 1(기권 3)로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하여 16개국 군대로 유엔군이 편성되었다.

 

[유엔 회원국들은 파병에 늑장을 부렸다. 51년 봄에 이르러 미군을 제외한 병력은 영국군이 약 1만 2천명, 캐나다군이 8천500명, 터키군이 5천명, 필리핀군이 5천명, 그리고 나머지 참전국들(11개 참전국)은 모두 1천명 이하였으며, 경비는 대부분 미국이 부담했다.]

 

7월 8일부터 동경에 있는 미 극동군사령부는 유엔군 사령부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발휘하게되었고, 대구의 미 제8군사령부는 유엔 지상군의 작전을 직접 담당하는 통합사령부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유엔군이지 유엔군은 공군의 98%, 해군의 83%, 지상군의 88%가 미군으로 구성되었다.

 

7월 9일 맥아더는 미 육군 행정 및 작전참모부장인 중장 매튜 리지웨이에게 “합동참모부는 핵폭탄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검토해달라”고 촉구하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이승만은 7월 14일 맥아더에게 “한국군도 함께 지휘해주기 바란다”는 서한을 보냈다. 7월 16일 맥아더의 서신으로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은 맥아더에게 지양되었으며, 맥아더는 미8군사령관에게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행사토록 했다.

 

이승만은 트루먼에게 보낸 7월 19일자 서신에서 “현상유지 정책은 적에게 재공격의 기회를 주는 어리석은 짓이며, 이제 암적 존재인 공산주의를 뿌리뽑을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승만이 6ㆍ25 발발을 통일의 기회로 삼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었지만, 아직 전세가 유엔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욕심이었다

 

7월 20일 대전이 북한군에게 함락되었다. 미군의 참담한 패배였다. 대전 전투에 참가한 미 24사단 병력 3천 933명 중 전사하거나 포로가 된 자는 1천 150명이었으며, 생존한 병사들도 대부분 군장비를 잃었다. 사단장 윌리엄 딘은 대전에서 후퇴할 때에 길을 잘못 들어 36일 동안이나 변장을 하고 산속을 헤매다가 8월 25일 북한군의 포로가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전북 진안에 사는 한두규라는 사람이 인민군에 자수하러 대전으로 가는 길에 “미국놈을 잡아가면 반동분자로 덜 몰릴 것”이라며 딘을 칡덩굴로 잡아묶어 끌고 갔다. 딘이 신분이 밝혀지면서 한두규는 김일성 최고훈장을 받고 인민군 치하의 명사가 되었다. 나중에 한두규는 남한 정부에 의해 불법체포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전향하여 출소하였다. 그가 복역하고 있을 때 3년간의 포로생활 후 돌아온 딘은 한국 정부에 한두규의 감형을 탄원하였다.]

 

북한군은 7월 20일 대전과 전주 점령에 이어, 7월 23일 광주, 7월 26~27일 여수를 점령하는 등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남한 일대를 장악해 나갔다.

 

7월 초 미군의 한 전황보고서는 북한군 보병은 ‘1급’이고, 장갑부대와 포격기술은 “제2차 대전의 어떤 군대보다 뛰어나다”고 기록했다. 북한군의 정신력 또는 ‘정신적 저돌성’이 탁월했다는 증언들도 잇따랐다.

 

특히 ‘중국군 출신의 한국인들’로만 구성되었던 방호산 휘하의 제6사단은 미군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방호산은 호남 지역을 파죽지세로 돌파하여 8월 1일 진주를 점령하고 부산을 코앞에서 위협하였다.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제1권』, 70-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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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전세는 확실히 대한민국과 유엔군에게 불리했다. 미군은 윌리엄 딘이 포로가 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와중에 이승만은 전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공산주의를 뿌리뽑을 때라고 미국 대통령 트루먼에게 편지까지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