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8일 일요일

[한국전쟁] 거창 주민 학살과 이승만의 삽질형 후속조치

거창 주민 학살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면서 제3대대가 저지른 만행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지만 이승만은 뚝심있게 군의 편을 들었다.
 

# 신성모를 주일 한국대표로 임명한 이승만

 
이승만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55일에서야 신성모를 국방부장관에서 물러나게 하고 이기붕을 장관에 임명하였지만, 아직 신성모에 대한 애정까지 접은 건 아니었다. 이승만은 626일 국무회의에서 신성모를 주일 한국대표로 임명하는데 찬성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주시오라고 말했다. 이미 623일에 신성모의 임명에 관해 일본에까지 통보해놓고 벌인 연극이었다. 김성수는 단호하게 반대했으며, 어느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승만은 결정을 재고하도록 요구하면서 오전 회의를 종료했다. 오후 회의에 김성수는 불참했고, 신성모의 주일 한국대표 임명 건은 46으로 부결되었다. 그러나 이승만은 그 결과를 무시하고 신성모를 임명하였다. 김성수는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아 앓아 눕게 된다.
 

# 작전 명령을 조작한 제3대대

 
거창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보고를 통해 밝혀진 반에 따르면, 학살을 저지른 제3대대가 합동작전 때 받은 작전명령 부록에는 작전 지역내 인원들을 전원 총살하라. 공비들의 근거지가 되는 건물은 전부 소각하라. 적의 보급품이 될 수 있는 식량과 기타 물자는 안전 지역으로 후송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소각하라고 쓰여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문제되자 제11사단 본부는 원래의 작전명령을 회수하고 작전 지역 내 주민들 가운데 이적 행위를 한 자들은 간이 군법회의에 의해서 처단하라는 내용으로 변조된 작전명령을 내렸다.
 

# 김종원의 자백, “작전명령이 변조되었다

 
86일 군법회의 제5회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두한 김종원은 작전명령이 변조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며, 이는 국방부장관과 참모총장으로부터 이 사건이 확대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고 자신이 주동이 되어 꾸민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합동조사단의 피습 사건도 공비의 소행이 아니라 자신이 제9연대의 병력을 조사단의 길목에 배치시켜서 따발총으로 위협사격하게 하여 조사를 호위하던 무장 경관이 부상을 당한 것처럼 꾸몄다고 진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모는 이승만의 총애에 의해 면책되었다. 군법 회의는 연대장 오익경에게 무기징역, 대대장 한동석에게 징역 10, 김종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 이들은 사면을 받고 복권되었다.
 

# 이승만의 총애 : “김종원은 이순신과 같다!”

 
거창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종원은 19523월 대통령 특별명령으로 석방되었는데, 당시 육군참모총장 이종찬은 이승만이 쓴 성명서 초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승만이 김종원의 석방에 즈음하여 발표하려고 준비한 성명서였다. 이승만은 김종원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고 있었다! 오직 애국충정뿐인 그가 간신배들의 모함에 빠져 고초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종찬은 이승만을 만나 그 성명서의 발표를 만류하고 병보석으로 석방되게끔 하였다.
 
김종원은 석방 후 계속 이승만의 총애를 누리면서 전남, 경남, 경북 경찰국장을 거쳐 내무부 치안국장까지 지내게 된다... 김종원이 이순신이라면 때때로 김종원에게 폭력까지 행사해 가면서 김종원을 부렸던 신성모는 이순신 아버지쯤 되는 인물이라는 이야기인데, 거창 사건의 비극은 그 원초적 뿌리가 바로 이승만의 이런 이성 상실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 이승만의 김창룡 총애

 
이승만의 특정인 총애가 병적 수준이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로 이승만의 김창룡 총애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승만은 (19515월 초)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김창룡 대령 알잖소. 여러분들, 김 대령을 자식처럼 사랑해 주세요. 그는 정말 애국자요. 그는 어제 지리산 공비들이 부산에 들어와 무기를 사가지고 관에다 넣고는 상복까지 입고 상여처럼 매고 위장한 채 지리산으로 가는 걸 붙잡았소. 이 얼마나 애국자요.”
 
이승만은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김창룡 일행을 들여보내라고 했다. 일개 대령을 국무회의 석상에 부른다는 건 온당치 않다며 조병옥이 만류했지만 김창룡 일행은 이미 우르르 몰려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국무회의실 바닥에 압수했다는 무기들을 늘어 놓았는데, 도무지 살상용으로 쓰일 것 같지 않은 고물들이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모든 게 조작이었다. 그 조작 사실을 법무부장관 조진만이 이승만에게 알렸더니 이승만은 김창룡을 두둔하며 오히려 화를 내더니만 조진만의 사표를 받아냈다.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제1, 21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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