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6일 금요일

동족상잔은 다른 전쟁보다 잔인하다? - 나주 부대의 함정 학살

625전쟁 중에 일어난 대량학살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전쟁을 가리켜 흔히 지칭되는 동족상잔(同族相殘)동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민족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보다 더 잔인했다.
 

동족상잔은 다른 전쟁보다 잔인하다?

 
박명림은 오래된 공통의 역사와 문화, 핏줄을 갖는 동족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동족성을 파괴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증오와 살의는 더 컸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한번 갈라진 과거의 동일체는 그 갈라진 절반의 소멸이 원래의 자기 전체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사고하게 되어 적의는 증폭된다. 우익들이 사고하기에 공산주의자들만 사라지면 민족일체성, 동일민족성이 회복되고 공산주의자들만 사라지면 민족의 평화와 행복은 보장되는 것이었다. 물론 공산주의자들은... 정반대로 사고하고 행동하였다. 그들은 친일파 민족반역자, 이승만 도당만 타도하고 절멸시키면 동일민족성, 민족일체성은 회복되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 행복은 당연히 보장되고 지속된다고 여겼다. 그러한 신념은 둘 모두 일반 민중들에 대한 테러와 학살마저도 커다란 양심의 가책 없이 감행하게 하는 토대로 작용하였다. 우파는 좌파의 발끝까지도 뿌리뽑으려 했고, 좌파 역시 우파의 씨를 말리려 하였다. 상대방이야말로 바로 분단과 살육, 전쟁의 이 모든 비극을 초래한 병균이나 원흉이기 때문이었다. 일체성이 파괴되었을 때 역사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러한 사고는 인간을 학살하고 집단을 파괴하는 극단주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는 가공할 논리로 연결되었다.”
 

골육상쟁의 근본주의’... ‘뿌리뽑고 씨 말리기

 
그 가공할 논리는 골육상쟁의 근본주의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뿌리뽑고 씨 말리기의 원칙은 열 명 가운데 하나를 잡기 위해선 열을 다 죽여도 좋다는 발상에 근거한 것이었다...
 
625전쟁 중 저질러진 뿌리뽑고 씨 말리기가운데 그 정신을 가장 철저하게 실현한 학살극은 이른바 나주 부대의 학살 사건일 것이다. ‘뿌리가 잘 안보인다는 이유로 경찰이 인민군으로 위장해 벌인 함정 학살이었기 때문이다.
 

나주 부대의 양아치 작전(함정 학살)

 
나주 부대란 인민군이 공격해오자 나주경찰서 경찰관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100여 명 규모의 임시부대였다. 이들은 전남 강진ㆍ해남ㆍ완도ㆍ진도 등지로 후퇴하면서 이상한 짓을 저질렀다. 나주 부대는 7월 하순께 전남 해남군 남창에서 완도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완도중학교 교사가 전화를 받자, “우리는 인민군이다. 완도로 간다고 밝혔다. 이에 완도에서는 인민군환영준비위원회가 구성돼 시가지 환영대회까지 준비했다. 나주 부대는 인민군으로 위장해 그 환영대회에 참석한 후 그 자리에서 인민군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을 사살했다.
 
이같은 함정 학살은 해남과 완도 지역의 여러 곳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의 위장술은 탁월했다. 인민군 복장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을로 들어설 땐 오랏줄로 묶은 우익인사들을 앞장 세우고 왔기 때문에 주민들은 그들을 인민군으로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나주 부대의 일부는 마을을 돌며 좌익 색출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인민군 행세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공산당을 좋아하느냐고 묻고는 좋아한다고 그러면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완도군 일대의 섬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학살을 저질렀다.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제1, 8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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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사람을 광기로 몰아간다. 죽고 죽이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 당연시되고 정당화된다. 순간의 실수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일단 의심스러운 상대는 죽여야 안심이 된다.
 
나주 부대함정 학살은 그야말로 양아치보다 못한 짓이었다. 마을에 부대가 들어오는데 민간인으로서 그들에게 대항하여 싸울 힘이 없다면 당연히 그들을 맞아들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나주 부대는 철저하게 인민군으로 위장하고 마을로 들어섰다.
 
인민군 행세를 하는 군인 앞에서 반공을 외칠 담력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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