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이 이르기를 나라를 멸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나라는 형체이고 역사는 정신인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지만, 정신만은 독존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이 통사를 짓는 까닭이다. 신(神)이 보존되어 멸하지 아니하면 형(形)은 부활할 시기가 있을 것이다.”
백암 박은식은 민족정신의 부활이야말로 조국 광복의 첫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백암 박은식 |
『한국통사』가 국내에서 처음 간행된 것은 1946년 6월 15일, 서울 소재 삼호각이란 출판사에 의해서였다. 그것도 박은식이란 이름 대신 “편집 겸 발행자 김영세(金榮世)”의 이름으로 간행된 것이다. 김영세는 친일행적이 있는 사람이라 한다. 그런 사람이 낯두껍게도 독립운동 지도자의 저서를 도둑 출판한 것이다.
『한국통사』를 친일파가 해방 공간의 혼란기에 슬쩍 자신의 저술인 양 간행한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김영세는 본문은 원문대로 싣고, 표지는 진본의 한자 그대로 사용하였지만 책의 어디에도 백암 박은식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있다.
진본 『한국통사』는 1915년 6월 상하이 대동편역국이란 출판사에서 태백광노(太白狂奴)란 가명으로 발행되었다. 이 책은 1915년에 간행되었으나 그 수년 전에 백암이 필사본으로 저술했던 『한말비록(韓末祕錄)』과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망명길에 나서기 전 즉 1911년 4월 이전에 쓴 것으로 보인다. 백암은 이 책에서 한 나라의 국교(國敎)와 국사(國史)가 없어지지 않으면 나라도 결코 망한 것이 아니라는 신념으로 민족주의적 사관에서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서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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