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2일 일요일

친일감별사 이승만, 선거 승리를 위해 꺼내든 비장의 카드 반일(反日)카드 [1954년 5ㆍ20 총선]

1954년 또 다시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때는 바야흐로 520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승만은 과감하게 반일(反日)카드를 꺼내들었다. 이것은 친일(親日) 경력자들이 많은 야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311일에서 517일까지 11차에 걸쳐 선거 관련 담화를 발표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520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했는데, 그 담화 중에 반일주의가 빠질 리 없었다.
 
이승만은 담화에서 국민들이 가장 주의할 것은 일본의 노예가 되어서...... 권리와 재산을 얻은 자들은 일체 배제해서...... 억울한 사람이 있을 지라도...... 이 사람들을 제쳐놓지 않으면 우리나라 장래는 40년 지난 역사를 또 다시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의 협박 수준의 비난도 불사했다.
 
지금 일인(日人)이 말하기를 한국은 죽어도 내놓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친일파 한인들을 모아다가 한국 내에 상업상 명칭을 해가지고...... 재정을 들여다가 친일하는 자들을 국회에 앉히고 정권을 요란시키려는 이때인데...... 그 무리들을 다 뽑아서 일본 백성이 되어 살게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왜놈이 되든지 해서 살아야 될 것......”
 
그러나 이승만의 친일 경력자 비난은 자신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었다. 이승만은 악질적인 친일파까지도 중용하지 않았던가. 그런 이유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승만은 46일 담화에서는 친일파에 대한 정의까지 내려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근래에 와서 친일파 문제로 해서 누가 친일파며 누가 아닌가 하는 것이 민간에서 혼동된 관계가 있으므로 내가 다시 설명하고자 하는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왜정시대에 무엇을 하던 것을 가지고 친일이다 아니다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그때 뭘 했든지 간에 그때 친일로 지목된 사람이 지금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그 사람의 의사와 행동으로 표시되고 안 되고에 친일이다 아니나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다. 가령 이전에 고등관을 지내고 또 일본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일한 사적이 있을지라도 그 사람이 지금 와서는 그 일을 탕척(蕩滌)받을 만한 일과 사실이 있어가지고 모든 사람이 양해를 받을 만한 일을 해서 진정으로 친일 아니다 하는 것을 증명받을 만하면 먼저 일은 다 불문하고 애국하는 국민으로 인정하고 대우해줄 것이다.”
 
이 담화가 나오고 난 직후, 월간 신태양546월호에는 이광수가 황국신민화운동에 앞장 선 것은 친일을 한 것이 아니고 민족을 위한 항쟁이었다는 글이 실렸다. 그러나 이는 이승만의 뚯을 제대로 몰랐거나 그걸 알고서도 이승만의 친일파 옹호 발언을 이용해 펼친 주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친일이건 그 무엇이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승만에 대한 충성이었다. 자신을 지지하면 그 어떤 추악한 과거도 다 용서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경미한 친일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역적이었다. 이승만의 이런 자의적인 이중 잣대는 나중에 이승만과 자유당이 장면을 공격하기 위해 장면의 친일 경력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 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ㆍ1950년대편 제2, 26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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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반민특위를 대놓고 방해했던 인물이 5년만에 친일파척결을 부르짖었다. 그의 반일 주장이 진정성이 없어보이는 것은, 5년 전에 친일파 청산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날려버린 인물이 선거가 다가오니까 친일파 청산에 열심을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누워서 침을 뱉는 것인 동시에 지극히 예술적인 뒷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친일에 대한 감별은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친일의 기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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