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신문사를 존폐의 위기로 몰고 간 ‘오식 사건’ - ‘괴뢰 이승만’과 ‘견통령’ [1950년대]

1955년 일간지 중 석간 동아일보176천 부, 석간 경향신문10만 부, 조간 조선일보8만 부를 발행했다.
 

# 유치하고 졸렬한 언론 통제

 
1956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55년에는 언론에 대한 통제가 심해졌다. 그러나 통제의 방법은 졸렬하기 짝이 없었다. 19559월 서울 신당동에서는 일부 통장들이 동아일보의 구독자 명단을 조사해 문제를 일으켰다. 또 지방 도시나 농촌에선 경찰이 이른바 야당지의 독자를 조사하고 신문 구독을 방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 동아일보괴뢰 이승만오식 사건

 
1955315일에 일어난 동아일보오식(誤植, 활판에 활자를 잘못 꽂음)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졸렬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제목에서 이승만의 이름 앞에 괴뢰라는 단어가 첨가된 실수를 윤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한 지 10분 뒤에서야 발견하였다. 발견 즉시 윤전기를 세웠지만 이미 인쇄된 신문은 가판대에 나간 상태였다. 동아일보는 회수 소동을 벌였지만, 300부 가까이를 회수하지 못했다.
 

# 국가보안법 및 명예훼손 혐의 적용, ‘반민족적인 중대 과오

 
이 실수로 인해 동아일보의 업무 관련자 3명이 구속되었으며, 이들에게는 국가보안법 및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되었다. 이들은 20여 일만에 풀려났으나 징계 해직 형식으로 신문사를 떠났고, 불구속 기소된 주필 겸 편집국장 고재욱은 사임했다가 7개월이 지나서야 주필로 복귀할 수 있었다. 신문은 한 달간 정간을 당했는데, 당국이 동아일보에 보낸 정간명령서는 그 실수를 반민족적인 중대 과오로 규정했다. 정부는 416일 정간을 해제하며 이 대통령 각하께서 이것이 직접 자신에 관련된 것임에 관대히 조처하라는 분부가 있었으므로 봐준다는 식의 담화를 발표하였다.
 

# ‘()통령()통령

 
이 사건 이전에 일어난 유명한 오식 사건으로는 견통령사건을 들 수 있다. 한자로 ’()’()이 비슷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大統領犬統領으로 오식한 사건은 여러 차례 일어났다.
 
대구매일신문은 19508291면 머릿기사의 본문에 이 대통령이 견통령으로 오식해 무기정간 조치를 당하고 사장 이상조가 2개월간 구속되었다. 이 사건으로 이상조는 신문에서 손을 떼게 되었고 101일자로 천주교 대교구장 최덕홍 주교에게 인계되었다. 주간은 사임하였다.
 

#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

 
1953년에는 전북 이리에서 발행되던 삼남일보711일자 기사 제목과 충북 청주에서 발행되던 국민일보723일자 기사에 대통령견통령으로 오식하여 두 신문은 812일 무기정간 처분을 받았으며 담당자들이 구속돼 구류 처분을 받은 일이 있었다.
 
당시 공보처장 갈홍기는 두 신문이 대통령을 견통령으로 오식함으로써 국가원수의 존엄을 모독했다는 내용의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두 신문은 924일 복간되었으나 국민일보는 또 한번 같은 실수를 저질러 그해 1128일에 폐간되었다. 이후 각 신문사들은 대통령의 이름과 대통령이란 활자를 아예 세트로 묶어 두었다가 사용하는 등 오식 방지에 주력하였다.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ㆍ1950년대편 제2, 31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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