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정치적 발달
초기 왕정시대에 바빌로니아 지방의 정치조직은 도시 국가였다. 바빌로니나 지역 전체에는 당시 약 35개의 도시 국가들이 존재하였다. 제3천년기 초기에 바빌로니아는 전체적으로 인구가 증가하였다. 아마도 이민이나 반 유목민 그룹이 정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로 도시화의 추세도 있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국가간의 완총 지역이 사라졌고, 도시 국가 내 권력의 세속화와 중앙 집중화가 생겨났다.
도시와 관련된 메소포타미아의 근본적인 이념은 각 도시가 특정 신 혹은 여신의 주거지라는 것이었다. 그 신들은 도시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난나(Nanna)는 우르의 수호신, 이난나는 우룩의 수호신, 엔릴(Enlil)은 닙푸르의 수호신이었다. 신전은 초기 도시 국가에서 지배적인 제도였고 도시 안에서 가장 큰 건물을 보유했다.
도시 국가의 영향권이 확대되면서 잔여 공터지에 대한 경쟁이 생겨났고 곧 농경지를 둘러싼 도시들 간의 분쟁이 발생하였다. 위기의 때 강한 신체의 남자가 거주민 회의에 의해 전쟁 지도자로 선출되고 그의 행동은 그 주민 회의에 의해 통제된다. 이 제도는 ‘원시 민주주의’로 지칭되며 결국 통치권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승계되는 왕조체제로 이어졌다고 여겨진다. 당시 문서들은 새로운 중앙 기관인 ‘에-갈’(직역하면 ‘큰 집’)을 언급한다. 이것은 후대의 문서에서 명확히 궁전을 지칭한다.
초기 왕정시대인 2,400년경 라가스의 마지막 왕은 왕위 찬탈을 통해 왕이 된 우루이님기나(Uruinimgina)였다. 즉위 초반 그는 국가를 재조직할 것을 선포하고 형식상 농경지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서 도시 수호신인 닌기르수(Ningirsu)와 그의 가족에게 이전하였다. 왕이자 전쟁 지도자로서 그는 표면적으로는 땅과 건물의 소유권을 도시 신과 그 가족 신들에게 이전하면서 실제적으로는 그와 그의 가족이 신들의 땅과 건물을 주장하려 하였다. 우루이님기나의 개혁적 조치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하늘의 권위와 땅의 권위를 통합한 것은 그 후로도 지속되었다. 수메르의 왕명록은 왕권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세속적 권력과 종교적 권력을 통합한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라가스의 왕들은 2,500~2,350년의 약 150년동안 움마와의 국경 분쟁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그 국경 분쟁은 ‘광야의 끝’이라는 뜻인 구에데나(Guedena)로 불리는 지역을 둘러싼 라가스의 수호신인 닌기르수와 움마의 수호신인 샤라(Shara) 사이의 분쟁으로 그려진다. 라가스 비문에 따르면 최고신 엔릴은 태고적에 라가스와 움마 사이의 국경을 구에데나를 관통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비문은 동시에 그 국경이 역사적으로 메랄림(Mesalim)이라고 불리는 키쉬(Kish)의 왕에 의해 중재되었음을 인정한다. 따라서 당시 그 두 도시는 구에데나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분쟁하였고, 해결을 위해 제3자의 중재에 의존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도시 국가들은 농업 경작지 확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웃 국가의 땅을 합병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국가들 간에는 전쟁뿐만 아니라 왕실은 동료로서 서로 소통했으며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였다. 도시 국가간의 적대적 혹은 평화적 상호작용의 결과, 더 큰 영토를 단위로 한 권력의 중앙집권화 과정이 진행 중이었다. 예를 들어 약 2400년경 우룩의 왕이었던 루갈키기네두두(Lugalkiginedudu)는 우르와 우룩을 점령하고 라가스의 우루이님기나를 무찌르고 남부 바빌로니아 전체를 장악하였다. 물론 그는 비문에서 자신의 업적을 과장했을 수 있다.
도시 국가의 합병은 정복의 결과가 아닌 국가 연합도 규칙적으로 발생하였다. 단일한 감독 기구를 둔 무역 네트워크도 존재하였다. 군사적인 목적을 가진 연합체들도 생겨났다. 움마와 라가스 사이에 국경이 엔릴이라는 신에 의해 정해졌을 때 ‘키쉬의 왕’ 메살림이 땅을 측량하고 경계비를 세웠다. ‘키쉬의 왕’이라는 칭호는 북바빌론 도시 키쉬를 통치하는 왕들만을 지칭한다고 여길 수 없다. 키쉬의 권력은 지역의 모종의 연합체게 기인하는 것 같다. 비슷한 또 하나의 연합체가 약 2,500년경의 슈루팍(Shuruppak)에서 발견된 행정문서에도 나타난다. 슈루팍 행정문서들은 ‘운켄’(UNKEN)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결성된 연합체에 대해서도 증거한다. 운켄은 ‘모임’을 뜻하는 수메르어로 라가스, 움마, 아답으로 구성된 연합체이다. 이 연합체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지막 두 연합체는 움마와 라가스의 국경 분쟁 때문에 와해되었다.
바빌로니아의 전 도시들을 하나로 묶는 거국적인 소속의식이 존재했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각 도시가 신의 거주지이지만 이 신들은 그들의 기능, 족보, 혹은 하늘의 가계도에 따라 만신전에서 계급을 부여받았다. 만신전 최고의 신은 엔릴로 그는 닙푸르의 수호신이다. 닙푸르 자체는 군사적으로 힘이 없었다. 그러나 그 지역의 종교적 이념과 왕위 이데올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제사장이 인정한 왕은 (그것이 허구였다 해도)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할 수 있다.
당시에 글을 읽을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동일한 서기관 문화를 공유하였다. 이것은 초기 왕정시대와 바빌로니아가 정치적으로는 나뉘었지만 문화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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