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0일 토요일

아이네이아스 [Aeneas] 고대 로마의 영웅, 트로이의 왕족, 아프로디테와 안키세스의 아들

아이네이아스 [Aeneas]

고대 로마의 영웅, 트로이의 왕족, 아프로디테와 안키세스의 아들

트로이를 탈출하는 아이네이아스 - Federico Barocci, 1598 (Galleria Borghese, Rome, Italy)
 

출생의 비밀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의 왕족 안키세스와 여신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안키세스가 젊은 시절, 수련을 겸하여 목동을 하고 있을 때 그 수려한 용모에 반한 아프로디테는 인간 여인의 모습으로 그에게 접근하여 아이를 임신한다. 그러자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아기가 다섯 살이 되면 안키세스 앞으로 데려올 것이니 누가 낳은 아이인지 알리지 말고 잘 키워달라트로이의 운명이 그 아이 손에 달려 있으며 그 후손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당부와 축복을 덧붙인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진 안키세스의 취중실언으로 출생의 비밀은 지켜지지 않는다.
 

트로이 전쟁 참가

 
장성한 아이네이아스는 헥토르의 부하로 트로이 전쟁에 참여해 아킬레우스, 디오메데스와 일대일 대결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고 매번 신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목마의 처리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라오콘 부자의 의문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네이아스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 그리스 군이 트로이를 짓밟을 때 재빨리 늙은 부친 안키세스와 아내 크라우사, 아들 아스카니우스를 포함한 일족을 거느리고 이데 산으로 피신했으며 그때 트로이의 보물은 조상신 페나테스와 트로이의 수호신인 여신 아테나를 의미하는 팔라디온상을 갖고 나왔다. 그리고 트로이 유민들을 산에 모아 미래를 도모하게 된다.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시 아이네이스

 
트로이를 벗어난 이후의 여정은 로마의 시성 베르길리우스의 12권짜리 장편 시 아이네이스에 그려져 있다. 이름 표기가 그리스 신화의 아이네이아스에서 아이네이스로 살짝 바뀐 것이 특징이다. 트로이 전쟁의 시기보다 1000년 이상 경과한 기원전 29년부터 19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그리스 신화에는 없고 로마인 사이에서 전승된 건국 신화를 서사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크레타 섬으로

 
아이네이아스는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데리고 트로이를 떠나 트라키아를 거쳐 델로스 섬으로 갔다. 델로스 섬은 본래 떠다니는 섬이었다. 그런데 제우스가 뮈코노스 섬과 귀아로스 섬에 이 섬을 사슬로 묶어 놓음으로써 안전한 섬이 되었다. 델로스 섬에는 아폴론의 신전이 있어 아이네이아스는 신탁을 들었다.
 
트로이 백성들이여, 내 말을 잘 들어라. 너희들은 너희들의 어머니를 찾아가거라. 그 땅에 자리를 잡고 산다면 너희들의 후손은 번영을 누리며 온 땅을 지배할 것이다.”
 
아이네이아스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아버지 안키세스에게 물었다. 안키세스는 자신의 선조 테우크로스가 크레타 섬에서 건너왔다는 말을 하고, 아이네이아스 일행은 곧바로 크레타 섬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 짐을 풀고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뒤에 그곳에 전염병이 돌고 가뭄이 닥쳐왔다. 그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탈리아로 가라는 신탁을 듣다

 
아이네이아스가 다시 한번 델로스 섬에 가서 신탁을 들어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루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트로이의 집에 모셨던 신상들이 꿈속에 나타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네이아스, 그대들은 아폴론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크레타 섬에 머물러 있지 말고 그대들의 선조 다르다노스의 고향인 헤스페리아로 떠나라. 헤스페리아는 트로이 사람들의 고향이다. 그대들의 후손은 그 곳에 그리스나 트로이보다 위대한 나라를 건설할 것이다.”
 
잠이 깬 아이네이아스가 꿈 이야기를 들려주자 안키세스는 다르다노스도 자신들의 선조라고 말하면서 다르다노스가 처음 살았던 헤스페리아(이탈리아)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스트로파데스 섬에서의 위기, 헬레누스의 예언

 
아이네이아스 일행은 스트로파데스 섬에 들렀다가 하르피아이라는 괴물의 습격을 받았다. 아이네이아스 일행은 서둘러 그곳을 떠났고, 몇 개의 섬을 지나 카오니아 항구에 도착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뜻밖에도 동료 장수 헥토르의 아내였던 안드로마취를 만났다. 안드로마취는 포로로 잡혀 고생을 하다가 트로이 사람인 헬레누스(그 지역을 다스리던)와 만나 결혼했다고 말해주었다.
 
헬레누스는 트로이의 예언자였다. 아이네이아스가 앞날에 대해 점을 쳐셔 알려달라고 청하자 헬레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헤스페리아에 도착하면 아폴론 신전을 찾아가 시빌라라는 여자를 만나십시오. 그럼 당신의 앞날에 대해 아폴론의 신탁을 알려줄 것입니다.”
 

폭풍우를 만나 카르타고에 도착한 아이네이아스

 
헬레누스는 헤스페리아 동쪽 해안에는 그리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서쪽 해안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아이네이아스의 아버지 안키세스는 기나긴 여행에 지쳐서 헤스페리아를 눈 앞에 두고 숨을 거두었다. 아버지 안키세스의 장례를 마치고 시칠리아 섬을 떠난 아이네이아스 일행은 폭풍우를 만나 북아프리카 해안 카르타고에 도착하게 되었다.
 
당시 카르타고는 디도 여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그녀는 해양 강국인 페니키아의 공주로 태어나 부유한 숙부와 결혼했으나, 왕위에 오른 오빠 피그말리온이 남편을 살해하자 슬퍼하며 조국을 떠난다. 현재의 리비아 땅에서 겨우 소 한 마리 가죽 넓이의 영토를 허락받자 쇠가죽을 실보다 가늘게 끈으로 만들어 넓은 땅을 둘러싸고 새로운 도시란 뜻의 카르타고를 건설했다.
 
이곳에 표착한 아이네이스는 디도 여왕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이탈리아로 가라는 신탁을 잊을 만큼 간절한 사랑이었다. 올림포스 산에서 이를 지켜본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아이네이스에게 보내 로마 건국의 사명을 상기시킨다. 이에 아이네이스는 디도 여왕과 아쉽게 작별을 고하고 떠난다. 극도의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 디도는 본인의 시신을 불태우라고 명령하고는 단에 올라가 자결하고 만다.
 

이탈리아에 도착, 시빌라의 신탁

 
카르타고를 떠난 다음에도 아이네이스가 갈 길은 멀고도 험했다. 마침내 헤스페리아에 도착한 아이네이아스는 먼저 아폴론 신전을 찾아가 헬레누스가 알려준 대로 시빌라를 만나 아폴론의 신탁을 들었다.
 
헤스페리아에 정착해 나라를 세우려면 먼저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네 앞날과 트로이 사람들의 운명을 알고 싶으면, 하데스 신이 다스리는 지하 세계에 가서 네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내가 너를 지하 세계까지 안내하겠다.”
 
지하세계에 가기 위해서는 숲속에서 황금 가지를 꺾어와야 했는데, 다행히 어머니 아프로디테가 비둘기 두 마리를 보내 줘 그 비둘기들을 쫓아가 황금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시빌라의 말대로 지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네 마리의 검은 황소를 잡아 제물로 바쳤고지하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세계의 입구는 베수비오 산 근처 아베르누스 호수에 있었다.
 

지하세계로 여행하는 아이네이아스

 
시빌라와 함께 스틱스 강에 다다른 아이네이아스는 강을 건너기 위해 뱃사공 카론에게 황금 가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강을 건너는 도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영혼이 떠도는 슬픔의 들판에서 자신으로 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디도 여왕을 만나게 된다.
 
강을 건넌 후에 머리가 셋인 사나운 개 케르베로스를 시빌라가 약이 섞인 빵으로 잠재우고 그사람은 두 갈래 길에 다다랐다. 왼쪽은 지옥으로 통하는 길이었고, 오른쪽은 착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영혼이 머무는 엘리시움으로 가는 길이었다. 두 사람은 오른쪽 길로 들어섰고 거기에서 아버지인 안키세스를 만나게 된다.
 
안키세스는 아이네이아스를 레테의 강으로 데려갔다. 거기에서 안키세스는 아이네이아스에게 말했다.
 
잘 봐라.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 이 사람들은 이 강물을 마셔 모든 기억을 잊고 다시 몸을 얻어 네 후손으로 태어날 영혼들이다. 너는 헤스페리아, 즉 이탈리아에 로마 제국의 모태가 될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것이고, 네 후손들이 로마 제국을 건설하여 세계 최고의 제국으로 만들 것이다.”
 

이탈리아에 정착한 아이네이아스

 
아버지의 예언을 귀담아 듣고 지상에 올라온 아이네이아스는 나라를 세울 때가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그가 첫 발을 내딛은 이탈리아 땅에는 라티움이란 나라가 있었다. 라티움의 왕 라티누스는 자신의 딸 라비니아를 아이네이아스와 결혼시키려고 했다.
 
런데 라비니아는 루툴리아의 왕인 투르누스를 약혼자로 두고 있었다. 투르누스가 반발하여 군대를 이끌고 라티움으로 쳐들어왔다. 아이네이아스는 에트루리아의 지원을 받아 투르누스와 전쟁을 벌여 끝내 승리를 거두었다. 아이네이스는 최강의 적장 투르누스와 일대일 결투를 벌여 그를 죽인 덕분에 라티니 족과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게 된다. 이를 확약하기 위해 라티니 족의 공주 라비니아를 새 아내로 맞이한다. 두 집단의 융화를 위해 트로이 사람들은 원래의 이름과 언어를 포기하고, 라티니 족은 트로이 사람들의 조상신 페나테스를 받아들인다. 이로써 아이네이스는 트로이에서 따라온 아들 아스카니우스와 함께 로마의 전신이 되는 알바 롱가를 건설한다. 아스카니우스 다음에는 아이네이스와 라비니아 사이의 아들 실비우스가 알바 롱가를 통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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