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5백 년의 역사를 가진 수메르 문명
1) 첫 번째 시기(기원전 3360년부터 기원전 2400년까지)
첫 번째 시기는 기원전 3360년부터 기원전 2400년까지 지속되는 ‘고대 시기’이다. 이 시기는 도시국가들 간의 전쟁과 이들의 흥망성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증거로 요새처럼 만들어진 도시와 바퀴를 군사기술에 응용해서 만든 초기의 사륜전차를 들 수 있다. 9백년 간 지속된 고대 시기 중반에 이르면, 각 지역의 왕조들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이 무렵 수메르 사회는 고대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제가 정착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성직자를 겸한 이전의 통치자들과는 다른 왕이 등장한다. 아마도 왕들은 처음에는 군대를 지휘하도록 임명된 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군대를 지휘해야 할 긴급한 상황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했다. 그들로부터 왕조가 시작되었고, 세력을 키운 왕들은 끝없이 싸웠다. 그러다가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새 시대가 열렸다.
2) 두 번째 시기(셈족이 통치하는 ‘아카드 제국 시대’)
두 번째 시기는 셈족이 통치하는 ‘아카드 제국 시대’다. 셈족의 왕 아카드 1세는 기원전 2400~2350년에 수메르의 도시들을 정복해서 아카드의 패권을 확립했다. 사르곤 1세로 추정되는 얼굴 조각상이 남아있는데 만일 이게 사실이면 사르곤 1세는 우리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왕이 될 것이다. 그는 멀리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까지 군대를 보냈던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왕이었을 것이다. 그는 여러 도시국가를 하나로 묶어 통일된 제국을 건설했다.
아카드 제국은 수메르의 멸망이 아니라 수메르 역사의 두 번째 시기를 의미한다. 사르곤 왕과 그 후예들은 수메르를 장악해서 새로운 예술을 남겼다. 그 예술의 주제는 전쟁에서 거둔 승리였다. 그들의 활약은 막간 연극처럼 짧은 기간에 그쳤지만 새로운 차원의 집단이 만들어진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었다. 마침내 진정한 의미의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그 전 시대에 이미 시작되었던 종교적 권위와 정치적 권위의 분리도 이때 정착되었다.
아카드 제국에서는 전쟁과 군대가 사회의 중심을 이루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우르에서 출토된 비석에는 훈련이 잘 된 보병부대가 등장한다. 그들은 밀집대형으로 방패를 겹쳐 들고 창을 수평으로 겨누고 있다. 밀집대형은 병사들이 좁은 간격으로 줄을 이루는 대형으로, 병사들에게는 두려움을 줄여주고 지휘관에게는 병사들을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은 병사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으나, 측면 공격에 쉽게 무너지는 단점도 있었다. 사르곤의 궁전에서는 왕이 보는 앞에서 5천 4백 명의 병사들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
3) 세 번째 시기(신수메르 시대)
세 번째 시기는 ‘신수메르 시대’라고 부르는 수메르인의 통치 시기다. 아카드 제국의 통치기간은 짧았다. 2백 년 뒤 사르곤 1세의 증손자가 다스리고 있던 아카드 제국은 구티족이라는 산악민족에 의해 멸망했다. 그 뒤 기원전 2000년까지 약 2백 년 동안 다시 수메르인들이 권력을 차지했다. 이 시기의 중심지는 우르였다. 우르 제3왕조를 일으킨 초대 왕은 자신을 ‘수메르와 아카드의 왕’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아마도 강대했던 두 제국의 이름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우르 제3왕조] |
신수메르 시대의 예술은 왕들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전은 더욱 웅장한 모습을 띠었고, 왕들은 지구라트를 지어 자신의 위엄을 나타내려 했다. 행정 문서와 문학에는 아카드 제국의 영향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왕권을 강화하려는 야심에서 나온 것이리라. 신수메르 시대 마지막 전성기의 우르 왕은 티그리스강 남부 엘람과의 경계 지역인 수사에서부터 레바논 연안의 비블로스까지 공물을 받았다.
그러나 수메르는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수메르 국경 지역에는 그들을 노리는 적들이 많았다. 결국 기원전 2000년경 이란 지역의 엘람인들이 쳐들어와서 우르는 멸망하고 말았다. 엘람인들은 현재 이란의 남서 지역에 살았던 민족으로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우르의 지배를 받았으나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고 독립했다가 결국에는 우르를 멸망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우르의 종말과 함께 수메르의 독특한 전통은 여러 문명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세계로 휘말려 들어갔다.
임영태, 『스토리 세계사 1 - 고대편 I』, 115-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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