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광주 학살의 원흉! 전두환을 ‘구국의 위인’으로 찬양했던 서정주는 1987년 전두환 56회 생일에 축시 「처음으로」를 낭독하면서 전두환을 ‘단군 이래 최고의 미소’를 가진 인물로 극찬합니다.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 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 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얻으셨나니
이나라가 통일하여 흥기할 발판을 이루시고쉬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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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시는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삶이 들어 있지 않은 시를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순수문학, 참여문학 논쟁은 그 다음에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작품의 지향성에 관한 논쟁으로 문학작품의 성립 조건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논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학작품으로서의 성립 조건! 그것은 작품에 삶이 담겨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정주의 작품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녹여낸 작품도 있지만 당대의 삶과 유리된 채 권력과 시류를 좇아 언어유희에 머문 작품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시적 기교로 배반된 삶을 감추고 현란한 언어유희로 자신의 혼탁한 삶을 탈색한 작품들이야말로 우리가 서정주에게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기교와 언어유희에 능한 마술사를 우리가 훌륭한 시인이라고 부를 수 없듯이 시인과 문학인으로서의 서정주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고 냉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성환, 『진실과 거짓, 인물 한국사』, 140-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