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밤 마음에 잠겨”라는 찬송시는 한국기독교장로회를 세운 장공 김재준 목사가 작사한 찬송시로 만들어진 찬송가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이 찬송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1절과 2절은 김재준 목사가 썼고, 3절은 문익환 목사가 썼다고 알고 있다.
“장공 김재준의 찬송시에 대한 신학적 이해 - ‘어둔밤 마음에 잠겨’ 가사를 중심으로”(문성모)에서는 해당 찬송시가 생겨나게 된 상황과 3절이 추가되는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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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장로교(예장통합, 기장), 감리교, 성결교의 대표들이 결성한 ‘한국찬송가위원회’가 장공 김재준 목사에게 찬송시를 의뢰해서 만들어진 가사에 곡을 붙여 생겨난 찬송가가 ‘어둔밤 마음에 잠겨’라는 찬송가이다.
이 찬송시가 ‘개편찬송가’에 처음 선을 보일 당시에는 “교회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2절까지만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2절까지의 가사도 오늘날과는 약간 다르게 되어 있었다.
1절의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에”는 “역사에 어둠이 짙었을 때”로 되어 있었고,
2절의 “하늘로 줄기 가지 솟을 때”는 “하늘로 줄기가 치솟을 때”로 되어 있었다.
이는 모두 가락의 강약과 가사를 맞추기 위해 생긴 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3절의 가사는 두 절만 되어 있는 것이 아쉬워서 나중에 문익환이 초안을 잡은 것을 가지고 김재준이 만들었다. 이 3절의 가사에 대해 문익환 목사 자신이 옥중 생활을 할 때 쓴 〈고마운 사람아〉라는 시가 초안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초안을 가지고 김재준 목사가 2년 여 동안 고민하면서 지었다고 했다.
“제가 감옥에 있을 때 만들었던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그 노래의 이름은 ‘고마운 사람아’인데, 이건영 교수가 곡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고마운 사람아 샘 솟아 올라라
아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새들아 노래를 목청껏 불러라
난 흘러 흘러 적시리 메마른 이 강산
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이 어둠 찢으며 불질러 버려라
바람아 불어라 새차게 불어라
난 너울 너울 춤추리 이 언땅 녹이며
사랑은 고마워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
살갖이 찢기며 뼈마디 부서지며
이 땅을 물들인 내사랑 내사랑
감옥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싶은데 맘에 남는 가사들이 별로 없길래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곡에다 새 가사를 붙여서 부르곤 했어요. 김재준 목사님이 지으신 〈어둔 밤 마음에 잠겨〉의 3절은 우리나라에서 세속화신학의 논의가 있을 때 지으신 거죠. 거기에는 종교적 언어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1975년 종료 5가에서 모일 때 비기독교인들도 그 찬송가를 아무 거리낌없이 부를 수가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김재준 목사의 신학은 대단하다고 하겠습니다.”
앞의 문익환의 시와 김재준의 찬송시 3절을 비교해 볼 때 이 3절은 김재준의 완전한 창작이라고 할만큼 그의 신학사상이 그대로 배어 있으며 문익환의 시는 이를 위한 동기부여에서 그 역할이 끝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익환의 동기부여가 없었다면 3절과 같은 아름다운 가사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 의미에서 이 3절을 위한 문익환의 역할을 너무 과소평가해서도 안 될 것이다. 문익환은 김재준에게 바치는 시 〈큰 스승이시여〉 속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박봉랑 박사, 서남동 목사가 본훼퍼의 비종교적인 기독교 해석을 현영학 교수가 하비 콕스의 「세속도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안
당신은 종교적인 언어가 말끔히 가신 찬송가 가사를 지으셨습니다.
(찬송시 1, 2절 가사 생략)
기독교 이천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지요.
하늘과 땅 그리고 세계사를 울리는 그 격조 높은 가사는
두 절로 끝나 있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누군가 당신의 마음을 알아 3절을 붙여 완성해주기를 바라셨던 거죠.
그 메아리를 잡으려고 저는 몇 해 징역까지 살아야 했습니다.
(3절 가사 생략)”
이 찬송시의 3절 가사는 ‘개편찬송가’ 시절에는 여러 집회시에 불려졌으나 공인된 찬송가집에는 올려지지 못하다가 1983년에 나온 ‘통일찬송가’에 소개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 찬송시는 종교라는 울타리안에 안주하려는 한국의 기독교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으며 삶의 종교, 민족 종교로서의 인식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