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9일 목요일

우상화의 원조! 이승만

1949년부터 시작된 이승만 우상화50년대 내내 조선조의 왕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에 치달았다.

 

# 국경일이 된 이승만의 귀환일과 생일

 
이승만의 귀환일과 생일은 국경일처럼 경축되었다. 학교마다 이승만의 초상화가 내걸리고, 이승만의 생일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야 했다. 지폐엔 이승만 초상화가 인쇄되고 이승만 동상까지 세워졌다.
 

# 1955326, 이승만의 80회 생일

 
1955326일 이승만의 80회 생일 기념식은 ‘80’이라는 십진법의 원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승만 우상화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그 기념식은 서울운동장에서 거행되었는데, 부통령 등 3부 요인과 8군사령관, 외국 사절, 한미 양국 고급장성, 수만 학생이 모였다. 세종로에서는 육ㆍ해ㆍ공ㆍ해병대 사열식이 벌어졌다.
 
5년 전인 1950326, 이승만이 75회 생일을 맞았을 때, “반세기의 혁명투쟁사도 찬연한 애국의 대영도자로 찬양했던 서울신문80회 생일을 맞아 이렇게 주장했다.
 
세계가 심히 어지럽고 소수 민족들의 운명이 차츰 애처롭게 된 이때, 세계적 반공 지도자로서 또한 민주 진영의 위대한 외교가의 한 사람으로서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이처럼 과감하게 투쟁하는 이승만 박사를 우리나라 최고 영도자로 모시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할 것이며 3천만 4겨레를 우리의 운명과 살림살이를 안심하고 이 탁월한 정치가에게 모두 맡기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심천심이라는 칼럼은 이렇게 위대한 리 대통령을 영도자로 모신 우리 민족의 영광이야말로 그 어느 민족에 비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오직 대통령의 영도에 따름으로써 행운의 열쇠를 간직할 수 있다. 그리하여 리 대통령이 오래 생존해 계시면 그만큼 민족의 활로는 열리게 된다. 우리 민족만이 행복이 아니라 실로 전 자유세계의 광명이라고 주장했다.
 

# 시인 김광섭의 우남 선생의 탄신을 맞이하여

 
시인 김광섭의 우남 선생의 탄신을 맞이하여라는 헌시도 실렸다. 이 시는 이승만을 세기의 태양으로 극찬하였다.
 
북악산 줄기 찬 기슭에 / 세기의 태양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 봄은 꽃보다도 일찍 오고 / 바람은 향기 앞에 부드럽다 // 먼산은 아지랑이 빛을 띠고 / 새소리와 함께 흰구름을 따라서 / 구원한 정기 이 언덕에 모여 / 핏줄기처럼 근역에 뻗친다 // 조국을 지키라는 신성한 명령에 / 넘어져도 봉우리처럼 적 앞에 서나니 / 땅은 움직이고 하늘은 뜻을 내려 / 용사들 시간을 다투어 진격을 기다린다 // 강토에 뿌리박힐 불멸의 영혼 이미 생사를 넘어 / 전신을 바쳐 반만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 흰머리칼 선생을 맞아 봄빛에 날리니 아 여기 섰도다 이 나라 지키는 정신.”
 

# 이승만을 극찬하는 경쟁 : 이기붕, 갈홍기

 
이기붕은 생각하옵건대 80의 노구를 이끄시옵고 친히 만기를 총람하사 주야로 전념하심을 우러러 뵈오니 참으로 황송함을 이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연년 익수(益壽)하사 정정하신 기력을 우러러 뵈오니 국민된 기쁨 이에 더함이 없나이다...... 존안을 뵈오니 올올히 희신 터럭은 이 나라 이 겨레 때문이옵고라고 말했다.
 
이승만의 80회 생일을 맞아 공보처장 갈홍기는 대통령 이승만 박사 약전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이승만이 예수나 석가처럼 아무런 도 없고 어떠한 ’()도 없이 민족의 자유와 독립,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개척하는 지공무사(至公無私)한 삶을 살아왔다고 칭송했다.
 
우리 한국의 창건자! 세계의 민주 선봉! 세계의 위인! 민족을 위하여 형극의 길을 걸어오신 현대의 성자! 이 나라 한국을 위하여 이 겨레 3천만을 위하여 기리기리 만수무강하심을 비는 바이다!”
 

# ‘이승만 대통령 탄신 80주년 기념노래

 
이승만 대통령 탄신 80주년 기념노래도 나왔다. 박목월 작사, 김성태 작곡이었다.
 
우리나라 대한 나라 독립을 위하여 / 여든 평생 한결같이 몸바쳐 오신 / 고마우신 이 대통령 우리 대통령 / 우리는 길이길이 빛내오리다
 
이영미에 따르면,
 
이 노래를 음반으로 듣는 사람들은 누구나 북한 노래 같다고 말한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음성까지도 북한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고 보면 그 시절에는 남북한의 정치 의식 수준이란 게 거의 엇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과 임금의 차이를 머리로는 알았을지언정 정서와 태도를 변화시킬 정도까지 채화되어 알지 못했던 것이다.”
 

# 이승만은 구국의 태양

 
이승만은 사실상의 임금이었다. 19556월 남한산성에 이승만의 송수탑(頌壽塔)이 건립되더니, 19563월에는 탑동공원(탑골공원), 그해 8월에는 남산에 이승만의 동상이 세워졌다.
 
서울신문195638일자는 이승만의 대통령 불출마 선언에 대한 번의(결심한 마음을 바꾸는 것)를 촉구하는 5단짜리 기사 제목을 이 박사는 구국(救國)의 태양이라고 달았다. 327일자 사설 대통령 81회 탄신일의 세계사적 의의를 강조함은 세계적 위인들의 족적을 나열하고는 이 대통령이 아니었더라면 대한민국은 독립하지 못한 채 815 직후 공산도당들의 소위 인민공화국이 되어서 체코슬로바키아 모양으로 연립정부하에서 공산화했을 것이며 따라서 일본도 적화되고 미국의 사태도 변모했을 것이며 인류의 자유는 말살되었을 뻔한 아슬아슬한 우리들의 기억은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 이승만은 인류의 등대

 
서울신문1957327일자 사설 만세의 봄빛은 이승만의 82회 생일을 맞아 이승만은 인류의 등대라고 주장했다.
 
평생을 대아에 경주하시어 조국중흥 위업을 성수하신 리 대통령 불멸의 위훈을 더듬어, 오늘, 탄신에 즈음하니 감격과 환희, 한고비 더함을 이길 수 없다. ...... 올올이 희신 터럭, 줄줄이 잡히신 주름, 이 나라 이 겨레를 어둠 속에서 광명으로 이끄시고, 사지에서 활로를 열어노심에 있었으니 어찌, 산천초목의 기쁨인들 또한 우연타 이를 것이냐! ...... 리 대통령은 우리의 위대한 대통령이실 뿐 아니라, 민족의 빛이며, 힘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등대이며 힘이기 때문이다.”
 

# 외무부장관 조정환의 송축사

 
외무부장관 조정환은 1957326일 이승만의 82회 생일을 맞아 다음과 같은 송축사를 바쳤다.
 
이 이런을 추앙하고 칭송함에 있어 여러 가지 이름으로 지목하여 그 위훈(偉勳)ㆍ위적(偉績)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어른을 가리켜 말하기를 한국혁명의 소년 선구자ㆍ독립운동의 혜성ㆍ민족의 국부ㆍ민족의 태양이라고 일컬으며, 위대한 애국자ㆍ반공주의의 상징ㆍ세계적 위인ㆍ민족주의의 거인ㆍ정의의 투사ㆍ세계 사정(事情)의 선지자 등등의 칭호로 써 이 이른을 찬양하노니 이는 실로 세계적인 찬양인 것입니다.”
 

# 이승만을 모시는 내시 정당

 
정당도 이승만 임금을 모시는 내시 정당이었다. 이기붕은 1956515 정부통령 선거 때 자유당의 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 자유당으로서는 제도보다 인물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이승만 박사의 정치이념과 그분의 통일 방략을 절대 지지하는 인사들에 의하여 조직된 이 박사님을 지지하는 정치단체가 자유당입니다.”
 

# 충성심으로 이승만을 감격시켜라!

 
이승만은 정당보다는 관료조직을 더 좋아했다. 그는 정권 경쟁을 해야 하는 정당체계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경찰과 행정조직을, 그것도 측근을 통해 맹목적 충성을 유도하는 형태로 모든 걸 해결하고자 했다.
 
이승만의 인사 정책... ‘충성하나면 족했다. 그래서 누가 더 충성심을 잘 드러내 노() 대통령을 감격시키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이른바 ()의 장막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승만은 몰락하게 된다. 이승만은 독일의 심리학자 베른하르트 그림의 다음과 같은 진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자기애(自己愛)에 빠진 사람들은 주목받고 떠받들어지고 심지어 신격화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럴 때에만 스스로 살아 있다고 느낀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세계를 자신의 위성으로 만들어 버린다. 주변세계는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만 존재하며 내가 우주 전체라고 생각하는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유형이다.”
 
-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ㆍ1950년대편 제2, 239-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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