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6일 토요일

아나스타시우스 1세(Anastasius I, AD.c.431~518) : 동로마 제국 제59대 황제(AD.491~518)

아나스타시우스 1(Anastasius I, AD.c.431~518) : 동로마 제국 제59대 황제(AD.491~518)

 
  • 아나스타시우스 1세 디코루스(Anastasius I Dicorus)
  • Ancient Greek : Ἀναστάσιος, romanized : Anastásios
  • 출생 : 기원후 431년경 / 디라키움(Dyrrhachium)
  • 사망 : 기원후 51879/ 콘스탄티노플
  • 배우자 : 아리아드네(Ariadne)
  • 재위 : 기원후 491411~ 51879

아나스타시우스 1세(Anastasius I, AD.c.431~518) : 동로마 제국 제59대 황제(AD.491~518)
아나스타시우스 1세(Anastasius I, AD.c.431~518) : 동로마 제국 제59대 황제(AD.491~518)
 

5세기 로마의 전환기를 이끈 개혁 군주 : 동로마 아나스타시우스 1세의 치세 (491-518)

 
5세기 후반의 로마 제국은 격동과 변화의 시대였다. 476년 서로마 제국이 종말을 고한 후, 동로마 제국은 홀로 로마의 영광을 이어나가는 유일한 계승자가 되었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 또한 내부의 복잡한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불안정, 그리고 끊이지 않는 종교적 분열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시기에 황제 자리에 올라 약 27년간(491518) 제국을 통치하며 동로마 제국의 안정과 번영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 바로 아나스타시우스 1(Anastasius I Dicorus, 430518)이다. 그는 군인 출신이 아닌 평범한 행정 관리로서 황위에 올라 혁신적인 개혁 정책을 추진하며 제국의 다음 시대를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1. 평범한 관리에서 황제로 : 아나스타시우스의 예상치 못한 등극

 
아나스타시우스는 서기 430년경 또는 그 이전에 일리리아-로마인(Illyro-Roman) 계열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출신지는 아드리아 해 연안의 디라히움(Dyrrachium, 현대 알바니아의 두러스)이다. 그의 어린 시절이나 성장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적다. 다만 그는 평생을 군인으로 복무한 인물들과는 달리, 황제 즉위 전까지 로마 궁정의 고위 행정 관리인 실렌티아리우스(silentiarius)’로 재직하며 제국의 행정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쌓았다.
 
아나스타시우스는 흥미로운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는데, 양쪽 눈의 색깔이 달랐다(홍채이색증, heterochromia). 한쪽 눈은 검은색이었고 다른 한쪽 눈은 파란색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그리스어로 두 눈동자를 뜻하는 디코루스(Dicorus, Δίκορος)’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당대의 전형적인 군사 황제들과는 다른, 지적이고 관리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이었음을 시사한다.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4914, 그의 전임자인 제논(Zeno, 425491) 황제가 사망하자 황위는 공석이 되었다. 이때 제논의 미망인이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황후 아리아드네(Ariadne, ?515)가 다음 황제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리아드네는 유능한 군사 지도자들이나 야심 찬 귀족들 대신, 비교적 나이가 많고(61), 정치적으로 특정 세력에 치우치지 않았던 아나스타시우스를 선택했다. 그녀는 아나스타시우스를 자신의 남편으로 삼아 황실의 정통성을 유지하려 했으며, 동시에 그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491411, 아나스타시우스는 콘스탄티노폴리스의 히포드롬에서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황제에 즉위했다. 이는 혈통이나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 행정가로서 최고 권좌에 오른 매우 드문 사례였다.
 

2. 내치 안정과 번영의 기반 다지기 : 개혁 군주 아나스타시우스

 
황제에 즉위한 아나스타시우스는 전임자 제논의 치세 동안 누적되었던 불안정 요소들을 제거하고, 제국의 재정 및 행정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그의 재위 기간은 동로마 제국의 정부, 재정, 경제, 관료 체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개혁과 발전을 특징으로 한다.
 

1) 재정 개혁과 경제 활성화

 
아나스타시우스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제국의 재정을 건전하게 회복시킨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세금 및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 크리사르기로스(chrysargyron) 세금 폐지 : 크리사르기로스는 소규모 상인과 장인들에게 4년마다 부과되던 금과 은 기반의 세금이었다. 이 세금은 매우 부담이 크고 징수 과정에서 부패와 착취가 심했으며, 특히 가난한 계층에게 고통을 주었다. 498년 아나스타시우스는 이 세금을 완전히 폐지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국가 수입을 감소시켰으나, 장기적으로는 상업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백성들의 지지를 얻는 데 크게 기여했다.
  • 아이리포스(aerifos) 및 농촌 세금 개선 : 그는 세금 징수 방식을 개선하여 부패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였다. 특히 콜라티오 아이리포스(collatio aerifos)’와 같은 불합리한 농촌 세금을 정리하고, 징세 체계를 중앙화하여 지역 유지들의 부당한 징수를 막았다.
  • 화폐 개혁 : 아나스타시우스는 주화의 무게와 순도를 표준화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하여 제국의 경제 활동에 큰 안정감을 주었다. 특히 동화인 포콜리스(follis)의 가치를 안정시켜 일반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개혁 덕분에 그의 사망 시 제국 국고에는 32만 푸드(pounds)의 금(2,300만 솔리두스)이라는 엄청난 재정 흑자가 쌓여 있었다. 이는 유스티니아누스 1(Justinian I, 482565)와 같은 후대 황제들이 더욱 야심찬 대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되었다.
 

2) 행정 및 관료 체제 개선

 
그는 행정 관료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였다. 관료들의 부패를 척결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여 국가의 통치력을 강화했다. 그의 노력으로 제국은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통치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3) 군사적 안정과 이사우리아 문제 해결

 
제논의 치세 동안 동로마 제국은 이사우리아(Isauria) 출신 인사들의 과도한 영향력과 그로 인한 갈등에 시달렸다. 아나스타시우스는 즉위 후 이사우리아인 장군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492년부터 497년까지 이어진 이사우리아 전쟁(Isaurian War)에서 승리하며 이사우리아인들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고 제국을 안정시켰다. 이사우리아의 마지막 저항 세력은 497년에 완전히 진압되었다. 이로써 제국 내 게르만족이나 특정 세력의 과도한 영향력을 배제하고 황제권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3. 종교적 갈등과 아카키우스 분열의 종식

 
아나스타시우스 1세의 치세 동안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는 종교적 갈등이었다. 그는 두 눈동자라는 별명처럼 복잡하고 모호한 종교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당시 교회의 주요 신학적 분열이었던 단성론(Miaphysitism)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아나스타시우스는 개인적으로 단성론에 기울어져 있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재위 초기에는 제논이 발표한 타협안인 헤노티콘(Henotikon)’을 지지하며 교회의 통합을 꾀했다.
 
  • 아카키우스 분열(Acacian Schism) : 헤노티콘 칙령은 동방 교회와 서방 로마 교황청 간의 심각한 분열인 아카키우스 분열을 야기했다. 이 분열은 484년에 시작되어 아나스타시우스의 치세에도 지속되었다. 아나스타시우스는 이 분열을 해소하려 노력했으나, 로마 교황청은 칼케돈 공의회(Council of Chalcedon)의 결정에 대한 어떠한 타협도 거부했다. 결국 이 분열은 아나스타시우스가 사망한 후 519년에야 종식된다.
  • 단성론 지지와 반발 : 그의 치세 후반으로 갈수록 아나스타시우스는 점차 단성론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제국 내 칼케돈파와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는 황제의 종교 정책에 대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특히 511년 수도에서 일어난 폭동은 매우 격렬하여 아나스타시우스는 황위에서 물러나겠다는 제스처까지 취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저항을 진압하고 자신의 종교적 입장을 고수했다.
  • 비탈리아누스의 반란 : 종교적 갈등은 군사적 반란으로도 이어졌다. 당시 마기스테르 밀리툼(Magister Militum)인 비탈리아누스(Vitalian, 사망 520)는 황제의 단성론 지지 정책에 반대하며 대규모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이 반란은 513년부터 515년까지 지속되었으며, 제국에 큰 위협을 가했다. 아나스타시우스는 결국 비탈리아누스를 진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그의 통치 말년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아나스타시우스의 종교 정책은 그의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였다. 그는 제국의 종교적 통합을 목표로 했지만, 그의 접근 방식은 결국 더 큰 분열과 저항을 초래했다.
 

4. 대외 정책과 건설 사업 : 제국의 위상 강화

 
아나스타시우스는 내부 안정에 주력하면서도 제국의 대외 관계와 국방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 페르시아 전쟁(502-506) : 사산조 페르시아는 동로마 제국의 숙적이었고, 아나스타시우스의 치세 동안에도 충돌이 발생했다. 502년에 시작된 전쟁은 506년에 평화 조약이 체결되며 일단락되었다. 그는 전쟁 비용을 조달하고 방어 시설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으며, 특히 페르시아 국경 근처에 요새 도시 다라(Dara)를 건설하여 페르시아에 대한 방어선을 강화했다.
  • 콘스탄티노폴리스 장벽 건설 : 그는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장벽(Long Walls)'이라고 불리는 성벽을 건설했다. 이는 도시 주변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건축 사업 : 그의 재정적 번영은 수도와 제국 전역의 대규모 건축 사업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교회와 공공건물, 교량이 건설 또는 재건되었으며, 이는 제국의 부를 과시하고 백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5. 아나스타시우스의 유산과 후계 : 유스티니아누스 시대의 서곡

 
아나스타시우스 1세는 51879, 8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장수한 황제였다. 그는 직계 자녀가 없었기에,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문제였다. 그의 아내 아리아드네는 그보다 3년 앞서 515년에 사망했다. 아나스타시우스의 사후, 황위는 이사우리아 출신 군인으로 궁정 경비대장이었던 유스티누스 1(Justin I, 450527)에게 넘어갔다. 유스티누스는 아나스타시우스의 조카이자 훗날 위대한 황제가 되는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삼촌이었다.
 
아나스타시우스의 치세는 여러 면에서 동로마 제국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 재정적 안정 : 그가 이룩한 재정적 안정과 국고의 비축은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추진한 방대한 대외 원정과 건축 사업의 밑거름이 되었다. 유스티니아누스의 재위 동안 로마 제국이 잠시나마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듯 보였던 것은 아나스타시우스의 재정적 기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 행정 효율성 : 그의 행정 개혁은 제국의 통치 체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 이사우리아 문제 해결 : 이사우리아인들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한 것은 제국 내부의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 종교적 긴장 : 비록 종교적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그의 치세에 발생한 갈등은 이후 동로마 제국이 직면할 종교적, 사회적 과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아나스타시우스 1세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제국의 내실을 다지고 체질을 개선한 숨은 공신이었다. 그의 재위는 비잔티움 제국이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평가되며, 로마 역사의 중요한 한 장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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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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