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9일 월요일

[한국전쟁] 이승만 암살미수 사건의 진상

1952625,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가 실패되었다. 바로 등 뒤에서 권총으로 이승만을 향해 쏘았지만 불발탄이었다. 이승만이 운이 좋은 것일까? 암살자가 운이 없었던 것이었나? 아니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나?

 

# 사건 두 달 전 암살 모의 정보를 입수한 경찰

 
이승만 암살미수 사건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건 경찰의 태도였다. 경찰은 사건 두 달 전에 국회의원 김시현이 암살 모의를 하고 다닌다는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하고도 47일 사찰 관계자 회의에서 김시현의 일거일동을 예의주시하고 당일 식장의 경계를 철저히 한다는 대책만 세웠다. 치안국장 윤우경은 사건이 나기 며칠 전에도 김시현과 비밀 요담을 했었고, 치안국 소속의 지프차를 김시현에게 빌려주기도 했었다. 훗날 윤우경은 이렇게 주장했다.
 
김 의원을 불러, 이 박사를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데 사실입니까 하고 물었지요. 김 의원은 술 취한 척하면서 딱 잡아떼더군요. 나는 충격을 주면 암살 계획을 취소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의원을 돌려보낸 뒤 김장홍 경무대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625기념식에 각하가 나오시지 않도록 하라고 했는데 나오시고 말았습니다. 이 박사가 임시가설 연단 위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데 웬 영감이 국회의원석에서 일어서 이 박사 등 뒤로 다가가 권총을 겨누더니 찰칵소리가 나더군요. 불발이 된 거지요. 이 순간 제가 덮쳐서 유시태를 쓰러뜨렸어요. 이 박사가 뒤돌아보시더니, ‘때리지 말고 조사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 암살 모의는 연극이다!

 
유시태의 변호인이었던 장후영은 이렇게 말한다.
 
이승만 박사의 마음에 안 들면 국회의원들도 국제공산당이다, 뭐다 해서 올가미를 씌워 잡아 가두던 시절인데 거사 가담 제의를 받았던 최양옥이 제보를 했는데도 당일 (대통령과 범인이) 식장에까지 나올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전쟁 중이라 권총은 흔해 빠져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는데도 하필 쓰지도 못할 권총이라니, 더구나 총은 녹슬고 탄환은 만든 지 30년도 넘은 것이라 군 기관에서도 발사 불능이란 감정을 했었다. 나는 저격이 연극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김시현은 독립운동을 했다고 하지만 타락한 것 같았다.”
 

# 애초부터 이승만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밝힌 김시현

 
김시현은 법정에서 애초부터 이승만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상일로부터 200만 원을 받아 정용환(전직 형사)으로부터 모젤 3권총 한 자루와 탄환 4발을 구입했다. 탄환 2발은 불발이었고 권총의 탄창도 좋지 않았다. 나는 대통령을 죽일 의사는 없었고 이런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대통령의 반성을 촉구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불발탄임을 알고 구입하여 탄환을 물수건에 싸서 사흘 동안이나 두어 습하게 한 것이다. 나는 몸이 쇠약하여 유시태를 시켰다.”
 

#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419 뒤에 풀려나다

 
재판에서 김시현과 유시태는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가 419 뒤 풀려났다. 그런데 여러 책들이 419 후 석방된 뒤 유시태가 그때 내 권총이 나가기만 하였으면 이번 수많은 학생들이 피를 흘리지 않았을 터인데, 한이라면 그것이 한이다고 말한 걸 인용하면서 그의 애국심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는 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유시태의 이런 발언은 김시현의 위와 같은 발언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의열단 출신인 유시태가 권총의 상태를 전혀 몰랐었다는 것인가? 이승만 정권의 경찰이 어떤 경찰인데, 대통령 암살 모의자를 만나 타이르듯 했다는 것도 영 가슴에 와닿지 않는 얘기다.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제1, 29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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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음모라고 하기엔 너무나 어설픈 상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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