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타고난 승부사 이승만

휴전을 반대하기 위해 이승만이 벌인 일련의 대형 이벤트들 때문에 세계는 아직 이승만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 인도 수상 네루의 이승만 비판

 

1953년 10월 인도 수상 네루가 “한국이 휴전 조항을 무효화하려고 기도하고 있다”면서 “유엔군사령부는 한국 정부가 취하는 행동에서 관계를 완전히 끊을 것을 바란다”고 말하자, 공보처장 갈홍기는 네루를 ‘소련의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 대만과 연대하는 이승만

 

이승만은 1953년 11월 대만을 방문해 장개석을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아시아에서 반공 전선을 구축하겠다며 다른 나라의 참여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하긴 이승만은 이미 1949년부터 아시아 지역의 집단안보를 역설해왔다.

 

# 이승만을 불신하는 워싱턴, 부통령 닉슨의 방한

 

그러나 워싱턴은 이승만을 불신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승만이 언제 어떤 돌출행동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경계의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 부통령 리처드 닉슨이 1953년 11월 13일 한국을 방문하여 아이젠하워의 친서를 전달했다. “한국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한국에서 전쟁이 재발할 경우에는 유엔군은 한국군을 돕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경제원조가 중단되고, 유엔군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었다.

 

# 이승만의 ‘예측불가능성’

 

이승만은 닉슨에게 알아듣게끔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주었다. 닉슨은 후일 자서전에서 이승만이 엄포와 극단적인 정책이란 점에서 공화당원들한테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고 썼다. 닉슨은 공산주의자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절감하면서 이승만이 얼마나 현명했는가를 깨닫게 된다는 말도 했다.

 

# 동양의 흥정꾼, 회피의 명수, 타고난 승부사

 

닉슨이 구사한 외교적 언사와는 달리, 덜레스는 적나라한 언어로 이승만을 ‘동양의 흥정꾼’, ‘회피의 명수’였다고 평가한다. 커밍스는 “이승만은 미국이 의지할 데는 자기밖에 없음을 알고는, 냉전으로 인해 주어진 대한민국의 엄청난 지정학적인 영향력과 판돈을 모두 싹쓸이하려는 강인한 포커꾼으로서의 타고난 기술을 이용”했다고 평가했다.

 

[강준만,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 제2권』, 83-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