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0일 토요일

4ㆍ19혁명에 불참한 이화여자대학교 학생회

1960년과 1980년의 이화여자대학교

 

419 혁명 당시 서울 시내 9개 대학 가운데 학생회 차원에서 4월 혁명에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대학은 이화여대 한 곳이었습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세계 역사상 가장 긴 쿠데타를 일으켰음에도 바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던 것은 당시 학생운동 세력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1980서울의 봄당시 전두환을 비롯한 정치 군인들은 학생운동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권력욕으로 가득 찬 신군부가 주목한 곳이 바로 이화여대였습니다. 당시 이화여대는 학생운동의 구심인 전국 각 대학 학생회장들이 집결하여 조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회의가 개최되었던 역사적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80년과 달리 19604월 혁명 당시, 이화여대는 너무도 조용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학생 80%가 참여한 4월 혁명의 물결에 이화여대는 학생회 차원에서 불참하는 역사적 오점을 남깁니다.

 

다음은 4월 혁명 당시 이화여대를 다니는 딸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입니다. ‘비굴한 행복보다 당당한 불행을 선택할 줄 아는 여성이 되기를 간젛히 바라는 마음이 담긴 편지글입니다. 치열했던 4월 혁명의 가슴 뛰는 역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여기에 소개합니다.

 

인옥아! 사랑하는 내 딸아! (중략) 구태여 너의 학교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419 데모에 나서지 않고 빠져버린 대학이라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다 짐작할 것이다. (중략) 너의 학교는 수십 년 역사를 가지고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며 수많은 현모양처와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이름 높은 학교였다. (중략) 그러나 나는 완전히 할 말이 없게 된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 말았다. 나는 신문이란 신문은 모조리 뒤지면서 행여 내 딸의 학교 이름이 나오지 않나 하고 얼마나 찾았는지 모른다. (중략) 서울의 거리가 온통 너와 같은 젊은 세대의 불길로 거세게 타오를 때 인옥아! 너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이냐? 피의 폭풍이 강산을 휩쓸고 마침내 낡고 썩은 것들이 너희들 젊음 앞에 굴복을 하고 만 그 시각에 나의 피를 받은 너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더냐? 그 불덩어리들 속에 타오르는 심장의 핏빛이 네 피와는 다르더란 말이냐? (중략) 서글픈 일이다. 분한 일이다. 네 젊음을 스스로 모독한 시대의 고아가 되고 말았구나! 총탄에 쓰러진 아들딸을 가진 부모들의 비통함보다 털끝 하나 옷자락 하나 찢기지 않은 너를 딸로 가진 이 애비의 괴로움이 더 깊고 크구나. 인옥아! 어서 배지를 떼고 교문을 나와 병원으로 달려가거라. 죄인과 같은 부끄러움과 겸손한 태도로 아직도 병상에서 신음하는 그 젊은 영웅들 앞에 네 피를 아낌없이 쏟아라. (중략) 결코 부잣집 맏며느릿감을 만들기 위해서 너를 대학에 보낸 애비가 아니라는 것! 네가 잘 알 것이다. 이 찬란하고 장엄한 역사의 아침 앞에서 이렇게 흥분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 같다.”

 

하성환, 진실과 거짓, 인물 한국사, 살림터, 2017, 9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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