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투룰(Shu-turul, BC.?~c.2154) : 아카드 제국의 마지막 왕이자 쇠퇴기의 증인(BC.c.2168~c.2154)
- 이름 : Shu-turul [Shu-durul, 𒋗𒄙𒄒, shu-tur2-ul3 / Šu-Turul]
- 출생 : 미상
- 사망 : 기원전 2154년경
- 부친 : 두두(Dudu)
- 재위 : 기원전 2168년경 ~ 기원전 2154년경
- 전임 : 두두(Dudu)
슈-투룰(Shu-turul)은 기원전 2168년경부터 기원전 2154년경까지 약 15년간 메소포타미아의 아카드 제국(Akkadian Empire)을 통치했던 마지막 왕이다. 그는 전성기를 넘어 쇠퇴기에 접어든 아카드 제국의 종말을 지켜본 비운의 인물로, 그의 통치와 함께 역사상 최초의 제국으로 알려진 아카드는 그 명맥을 다했다. 그의 통치 기간은 구티족(Gutians)의 침략과 주변 도시 국가들의 독립 움직임 속에서 제국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웠던 격변기였다.
1. 계보와 왕위 계승 : 몰락하는 제국의 상속자
슈-투룰은 아카드 제국의 왕 두두(Dudu, 사망 기원전 2168년경)의 아들이었다. 수메르 왕 목록(Sumerian King List)에 따르면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그의 이름은 때때로 슈-두룰(Shu-durul)이나 슈-투룰(Šu-Turul)로도 표기되며, 아카드어 쐐기문으로는 shu-tur2-ul3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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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스헤드(철퇴 머리 부분) 비문에 쓰인 '슈-투룰'(𒋗𒄙𒄒)이라는 이름 — 표준 수메르-아카드 쐐기문자로 음역됨 |
그가 통치권을 물려받았을 때 아카드 제국은 이미 사르곤(Sargon of Akkad)이나 나람-신(Naram-Sin) 시대의 광활한 영토와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힘을 상실한 상태였다. 제국은 내외부적인 압력으로 인해 통제력이 약화되었고, 슈-투룰은 점차 축소되어가는 제국의 마지막 군주로서 그 파국을 마주해야 했다.
2. 축소된 영토와 명목상의 통치
슈-투룰의 통치 아래 아카드 제국은 과거의 위대한 면모를 잃고 영토가 크게 축소되었다. 그의 실제 영향력은 제한적인 지역에 국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키시(Kish), 투투브(Tutub), 니푸르(Nippur), 그리고 에슈눈나(Eshnunna)를 포함하는 아카드의 핵심 잔존 영토에 대한 통치권을 행사했다. 이는 비록 과거에 비해 미약했지만, 아카드 제국의 명맥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당시 디얄라 강(Diyala River) 역시 “슈-두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그가 비록 쇠퇴하는 제국의 왕이었지만, 적어도 그의 이름이 중요한 지형의 명칭으로 사용될 만큼 여전히 일정 수준의 인지도와 권위를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3. 고고학적 증거와 명문 : 마지막 아카드 왕의 흔적
슈-투룰의 통치 기간과 관련된 몇몇 고고학적 유물과 비문들이 발견되어 그의 존재와 활동을 증명한다.
- 키시(Kish)에서 발견된 행정용 점토 봉인 : “위대한 아가데의 왕 슈-투룰(Šu-Turul the mighty, king of Agade)”이라고 새겨진 행정용 점토 봉인이 키시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그가 여전히 '아가데의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니푸르(Nippur)에서 발견된 점토 봉인 : 슈-투룰의 이름이 새겨진 또 다른 점토 봉인이 니푸르에서도 발견되었다. 니푸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중요한 종교적, 문화적 중심지였다.
- 텔 아스마르(Tell Asmar)에서 발견된 비문 : “위대한 아가데의 왕 수-투룰: ... (그의 종이다)”라는 비문이 텔 아스마르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당시 일부 관리들이 여전히 그를 왕으로 섬기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네르갈(Nergal) 신에게 봉헌된 헌정 철퇴 : 암록색 대리석으로 제작된 봉헌 철퇴가 발견되었다. 이 철퇴에는 슈-투룰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아가데의 왕 슈-투룰의 생명(안녕)을 위해 궁정 예언자 라바-에리슘(Laba-erishum)이 네르갈에게 이것을 바쳤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 유물은 현재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BM 114703). 이는 그가 신앙심 깊은 통치자였거나, 그의 시대에도 여전히 종교적 후원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 구리 도끼 : 골동품 시장에서 획득된 17cm 길이의 구리 도끼에도 “위대한 아가데의 왕 수-투룰”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 아답(Adab)에서 발견된 점토판 : “슈-두룰이 왕위를 계승한 해”라는 연대 명칭이 적힌 점토판이 아답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그의 즉위가 당시 중요하게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음을 의미한다.
- 무게추 : 오리 모양의 한 마나(manna) 무게추가 발견되었다. 이 무게추에는 슈-두룰 왕의 관리 이름이 새겨져 있었으며, 티트리스 호유크(Titris Hoyuk)라는 곳에서 발굴되었다. 이는 그의 행정 체계가 아직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유물들은 슈-투룰의 재위가 단순히 명목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그의 권위가 일정 영역에서 인정받고 행사되었음을 시사한다.
4. 아카드 제국의 종말과 구티족의 부상
슈-투룰의 통치와 함께 아카드 제국은 마침내 그 종말을 고했다. 수메르 왕 목록에 따르면 슈-투룰의 재위 이후 아카드 제국은 정복당했으며, 패권은 다시 우루크(Uruk)로 넘어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우루크 왕조 역시 완전한 형태로 확인되지 않으며, 우르-니긴(Ur-nigin)과 우르-기기르(Ur-gigir) 두 왕만이 고고학적으로 그 존재가 부분적으로 확인된다.
아카드 제국의 멸망 이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것은 구티족(Gutians)이었다. 그들은 아카드 지역에 수도 아답(Adab)을 중심으로 강력한 세력을 구축했다. 동시에 우루크, 우르(Ur), 라가시(Lagash)와 같은 남부의 도시 국가들은 이 시기에 아카드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선언하며 새로운 지역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슈-투룰의 사망 연대인 기원전 2154년경은 아카드 제국의 공식적인 멸망을 상징하며, 이후 메소포타미아는 구티족의 통치와 독립적인 수메르 도시 국가들의 재건이 이루어지는 과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5. 슈-투룰의 역사적 의미
슈-투룰은 역사상 최초의 “제국”으로 평가받는 아카드 제국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왕이었다. 그는 강력했던 선조들과 달리, 쇠퇴와 멸망의 운명에 직면한 제국의 수장이었다. 그의 치세는 아카드 제국이라는 위대한 실험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약화된 상태에서도 제국이 어떻게 마지막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려 노력했는지를 증명한다.
그의 이름과 관련된 유물들은 아카드 제국의 문화적, 행정적 유산이 마지막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슈-투룰의 이야기는 한 문명의 영광과 쇠퇴, 그리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비극적인 과정을 담고 있으며, 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역사의 중요한 교훈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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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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