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와 규범의 해체, 도널드 트럼프 첫 번째 임기 [미국 제45대 대통령]
1. 파괴의 연대기, 첫 번째 임기의 서막
미국 정치의 전통적 규범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던 제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가 펼쳐진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그의 4년 집권기는 제도와 가치의 ‘파괴의 연대기’로 규정된다. 이 분석 문서는 등장, 통치 방식, 정책적 유산, 스캔들과 위기, 그리고 퇴장이라는 5가지 핵심 축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데이터와 기록으로 해부한다. 기득권 정치 체제를 해체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던 격동의 4년이 이제 냉정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2. 규범의 파괴자와 이질적인 통치 스타일
트럼프는 기존의 백악관이 고수하던 전통적 규범을 철저히 깨뜨린 이질적인 통치자였다. 정제된 성명 대신 트위터를 활용해 대중과 거칠게 직접 소통했고, 비판적인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며 적대시했다. 공직 인사에서도 안정적인 관료제 대신 43%라는 전무후무한 고위직 교체율을 기록하며 회전문 인사를 단행했고 로비스트를 대거 기용했다. 외교에서는 가치와 동맹 중심의 다자주의를 폐기하고 거래 중심의 ‘미국 우선주의’와 일국주의를 채택했으며, 윤리적으로도 백지신탁을 거부한 채 소유 사업체를 200회 이상 방문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3. 2016년의 거대한 이변과 등장
2016년 대선은 미국 선거사에서 가장 거대한 이변 중 하나였다. 트럼프는 46.1%의 일반 득표율을 기록하여 48.2%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인기 투표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미국 대선 고유의 제도적 특성 덕분에 선거인단에서 304 대 227이라는 압승을 거두며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 이는 미국 역사상 인기 투표에서 지고도 대통령에 당선된 5번째 사례였다. 그는 2017년 1월 20일 취임사에서 “미국의 살육(American carnage)을 끝낼 것”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파괴적인 등장을 알린다.
4. 기록적인 교체율과 회전문 내각의 명암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 시스템은 극도의 불안정성과 파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18년 초 기준으로 백악관 고위직 교체율은 무려 43%에 달했다. 그의 임기 첫 2년 반 동안 발생한 인사 교체율은 전임 대통령 5명이 전체 임기 동안 겪은 수치보다도 훨씬 높은 기록이었다. 게다가 정치적 임명자 14명 중 1명 꼴로 전직 로비스트를 등용했는데, 이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첫 6년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많은 로비스트를 기용한 셈이었다. 이 회전문 인사는 행정부 내의 지속적인 균열을 방증했다.
5. 심야의 폭풍, 트위터 통치 히트맵의 진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셜 미디어는 정제되지 않은 대국민 직접 소통 수단이자 정적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그의 이른바 ‘트위터 통치’ 히트맵을 분석해 보면 소통의 충동성이 명백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트윗은 깊은 심야나 이른 아침 시간에 집중적으로 작성되었다. 그는 하루 최대 8시간 동안 주로 폭스 뉴스 등 TV 시청을 한 뒤, 자극을 받은 발언들을 트윗으로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심지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같은 행정부 최고의 고위직 인사마저 트위터를 통해 전격 해고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6. 대안적 사실의 프레임과 진실과의 전쟁
트럼프 임기 4년은 객관적 진실의 기각과 비판 언론에 대한 전면적인 전쟁으로 얼룩져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집계에 따르면, 그는 임기 동안 무려 30,573번에 달하는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하루 평균 20.9회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2018년 중간선거, 2019년 탄핵 조사, 2020년 대선 기간 등 정치적 위기 국면마다 거짓 발언의 빈도가 폭증했다. 그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자신에게 불편한 비판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며 대중의 인식을 분열시켰다.
7. 보수 우위로의 전환, 사법부 지형의 영구적 재편
트럼프 행정부가 남긴 유산 중 가장 장기적이고 영구적인 것은 바로 사법부의 전면적인 우경화다. 트럼프는 상원 공화당 다수당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임기 중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미 코니 배럿 등 무려 3명의 연방 대법관을 임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구도는 보수 절대 우위로 완벽히 재편되었다. 나아가 226명에 달하는 제3조 연방 판사를 대거 임명했는데, 이들의 3분의 1은 45세 이하의 매우 젊은 판사들이자 연방주의자 협회와 연계된 보수 성향 백인 남성들이 중심을 이루었다.
8. 다자주의 파괴와 미국 우선주의 성적표
트럼프의 외교는 기존의 국제 동맹 체제를 철저히 비용과 거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국주의였다. 파리기후협약과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전격 탈퇴했고 항공자유조약 및 중거리핵전력조약(INF)마저 폐기하며 다자주의를 파괴했다. 반면 적대국과는 파격적인 쇼를 보여주었는데, 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북한 땅을 밟으며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실질적인 비핵화에는 실패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아브라함 협정’을 이끌어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1,1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무기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실리적 거래를 완성했다.
9. 비즈니스와 권력의 경계가 붕괴된 무대
트럼프는 지난 40년간 미국의 모든 전임 대통령들이 지켜온 최소한의 윤리적 선을 넘었다. 자신의 사업체를 백지신탁하지 않고 수백 개의 기업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며 비즈니스와 권력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임기 중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과 호텔을 200회 이상 공식 방문하여 홍보 효과를 노렸고, 연방 정부와 공화당이 트럼프 소유 기업에 지출한 돈만 해도 최소 160만 달러 이상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의 선거 개입을 금지하는 ‘해치법(Hatch Act)’을 13명의 고위 관료들이 고의로 무시하고 선거 운동을 벌여 도덕성에 큰 오점을 남겼다.
10. 첫 번째 위기, 뮬러 특검 보고서의 양날의 검
2019년 3월 제출된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흔들었던 첫 번째 거대한 정치적 위기였다. 보고서의 1권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체계적으로 개입했으며 트럼프 캠프가 그 반사이익을 기대했다는 점을 명시했으나, 직접적인 공모 관계를 입증할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사법 방해 혐의를 다룬 2권은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하려 한 10가지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폭로했다. 특검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규정을 따랐을 뿐, 결코 트럼프 대통령에게 범죄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님을 보고서에 명확히 기록했다.
11.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사상 첫 번째 탄핵 소추
첫 번째 특검 위기가 지나가자마자 곧바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라는 두 번째 파국이 밀려왔다. 트럼프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보류하며 압박 카드를 만진 뒤, 2019년 7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강력한 정적인 조 바이든에 대한 뒷조사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이 불법적인 통화와 백악관의 은폐 시도는 내부 고발자에 의해 폭로되었다. 결국 2019년 12월 18일, 하원은 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켰고, 비록 상원에서 부결되었으나 임기 중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12. 선거 불복과 민주주의 시스템의 충돌
2020년 11월 대선 패배 이후,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선거 불복 행보를 보인다. 아무런 근거 없이 광범위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조 바이든 인수위와의 정상적인 정권 이양 협력을 차단했다.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자 군 수뇌부는 트럼프가 계엄령을 선포하거나 돌발적인 군사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광기는 2021년 1월 6일,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의사당 행진을 촉구하면서 폭발했고, 폭도들이 의사당을 점거해 의원들이 대피하는 사태 속에 경찰관을 포함해 5명이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13. 사상 초유의 두 번째 탄핵과 전례 없는 퇴장
의사당 난입 사태의 대가는 참혹했고 트럼프의 퇴장은 미국 역사상 가장 불명예스러웠다. 트위터는 폭력 선동의 위험을 이유로 그의 개인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일주일 뒤인 1월 13일, 하원은 ‘내란 선동’ 혐의로 그를 다시 탄핵하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한 임기 내에 두 번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긴다. 그는 후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마저 거부하며 130여 년 만의 불참 기록을 세우고 고립된 채 백악관을 떠난다. 결국 그가 남긴 정치적 유산은 소속당인 공화당이 상원, 하원, 백악관의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고 야당으로 전락하게 만든 참패였다.
14. 최종 분석, 민주주의 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는 단순히 하나의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전환된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과 제도적 견제와 균형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한 거대한 ‘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였다. 데이터 거부와 대안적 사실을 통한 객관성의 붕괴, 성문화되지 않은 윤리와 투명성 규범의 철저한 무효화, 사법부의 극단적인 이념화, 그리고 동맹을 오직 돈으로만 환산하는 거래 중심주의의 전환이 발생했다. 그의 4년은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던 ‘보이지 않는 규범들’이 얼마나 쉽게 해체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 뼈아픈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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