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이집트 제1왕조 : 통일 국가의 시작과 권력의 강화 [기원전 3100~2890년경]
1. 이집트 제1왕조의 연대
이집트 제1왕조는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통일 국가의 막을 올린 시기로, 기원전 3100년경부터 2890년경까지 이어졌다. 상이집트와 하이집트가 메네스(Menes) 또는 나르메르(Narmer)에 의해 통일된 직후부터 시작되며, 이 시기는 권력의 중심이 티니스(Thinis)에 있었던 초기 왕조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시대이다.
이 시기의 연대 측정은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연구에 따르면 제1왕조의 두 번째 왕인 호르-아하(Hor-Aha)의 즉위는 기원전 3111년에서 3045년 사이에 68%의 신뢰도로 추정된다. 제6왕인 덴(Den)의 즉위는 기원전 2928년에서 2911년 사이로 추정되며, 2023년의 새로운 방사성 탄소 분석에 따르면 덴의 즉위가 기원전 3011년에서 2921년 사이에 더 일찍 일어났을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2. 제1왕조에 대해 전해지는 기록들
제1왕조에 대한 정보는 주로 왕실 이름이 새겨진 몇몇 기념물과 유물에서 얻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들로는 나르메르 팔레트(Narmer Palette), 나르메르 메이스헤드(Narmer Macehead), 그리고 덴(Den)과 카아(Qa'a) 왕의 목록 등이 있다. 제1왕조와 제2왕조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주로 팔레르모 스톤(Palermo Stone)에 간결하게 기록된 목록을 통해 파악된다. 고대 역사가 마네토(Manetho, 기원전 3세기)의 저서 『아이깁티아카(Aegyptiaca)』는 고고학적 증거 및 다른 역사 기록과 모순되는 점이 많다. 마네토는 제1왕조의 아홉 명의 통치자를 언급하지만, 이들의 이름 중 하나만 다른 출처와 일치하며, 네 명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한다. 이 시기에는 이미 이집트 상형문자가 완전히 발달하여, 그 형태는 3천년 이상 거의 변하지 않고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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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메르 팔레트(Narmer Palette) |
3. 통치자들(Rulers)
제1왕조의 통치자들은 이집트 통일 국가의 기틀을 다진 중요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왕권을 강화하고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 나르메르(Narmer) 또는 메네스(Menes) : 이집트 통일을 이룬 초대 파라오로 알려져 있다. 나르메르 팔레트는 상하 이집트를 통합하는 그의 업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네이트호텝(Neithotep)과 결혼하였으며, 호르-아하의 아버지이다. [기원전 3273~2987년경]
- 호르-아하(Hor-Aha) : 제1왕조의 두 번째 왕으로, 기원전 3111년-3045년 사이에 즉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왕권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르메르와 네이트호텝의 아들이며, 켄탑(Khenthap)과 베네리브(Benerib)의 배우자이고, 제르(Djer)의 아버지이다.
- 제르(Djer) : 아비도스에 큰 무덤을 가지고 있으며, 이집트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호르-아하의 아들이고, 제트(Djet)와 메르네이트(Merneith)의 아버지이다. [기원전 3000년경, 54년 통치]
- 제트(Djet) : 그의 이름을 새긴 아름다운 스텔라(비석)가 발견되었다. 메르네이트(Merneith)의 배우자이고 덴(Den)의 아버지이다. [기원전 2980년경, 10년 통치]
- 덴(Den) : 기원전 2928년-2911년 사이에 즉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 왕의 첫 번째 이미지 중 하나인 그가 흰색 왕관을 쓰고 적을 강타하는 모습이 인장 인상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왕이 정복자이자 통일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메르네이트와 제트의 아들이다. [42년 통치]
- 메르네이트(Merneith) : 고대 이집트 제1왕조의 여왕으로, 최초의 여성 파라오로 추정됨. 또는 아들 덴(Den)의 섭정으로 통치했을 가능성도 있음. [기원전 2950년경]
- 아네지브(Anedjib) : 그의 통치 기간 동안 왕실 묘지 건축이 발전하였다. 덴(Den)의 아들이다. [기원전 2930년경, 8~10년 통치]
- 세메르케트(Semerkhet) : 재위 기간에 여러 중요한 행정 개혁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네지브의 아들이다. [기원전 2920년경, 8.5년 통치]
- 카아(Qa'a) : 제1왕조의 마지막 왕으로, 아비도스에 잘 보존된 무덤을 가지고 있다. 그의 통치 말기에는 왕위 계승 문제로 인한 불안정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메르케트의 아들이며, 호테프세켐위(Hotepsekhemwy)의 아버지이다. 호테프세켐위는 제2왕조의 첫번째 파라오이다. [기원전 2910년경, 33년 통치]
- 이후 스네페르카(Sneferka, 기원전 2900년경)와 호루스 버드(Horus Bird, 기원전 2900년경)도 언급된다.
4. 왕명 목록의 비교
5. 갈등(Conflicts)
제1왕조 시대는 통일 국가가 정착하는 시기였던 만큼, 내부적인 통합 과정이나 외부 세력과의 간헐적인 갈등이 존재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제공된 정보에 따르면, 제1왕조 내의 구체적인 대규모 전쟁이나 내란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현재 제한적이다. 나르메르 팔레트가 상이집트와 하이집트의 통일을 상징하는 장면을 묘사하지만, 이는 왕조 수립 이전의 갈등과 그 극복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제1왕조의 파라오들은 왕권을 공고히 하고 국가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수단들을 동원하였을 것이다. 이 시기의 지배자들은 통일된 영역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행정적, 군사적 기반을 확립하는 데 주력하였다.
6. 인신공양(Human Sacrifice)
이집트 제1왕조의 왕실 묘지에서는 왕의 죽음과 함께 수행되었던 인신공양(Human Sacrifice)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아비도스에 위치한 제르(Djer) 왕의 무덤에서는 수백 개의 추가 매장지가 발견되었는데, 이 매장지들은 왕의 장례식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1899년, 이집트학자 플린더스 페트리(Flinders Petrie, 1853-1942)가 제르 왕의 무덤을 발굴하면서 수십 년 동안 그 주위에 수백 개의 매장지를 발견했다. 이 희생자들은 제르 왕과 같은 시기에 살았으며, 이들은 왕이 죽었을 때 함께 죽었다.
희생자들의 유해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은 질식이나 교살로 사망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칼날로 인해 사망했다는 증거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즉, 이들이 자발적으로 죽음에 참여했거나, 독살과 같은 다른 방법으로 희생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왕과 함께 매장된 인신공양은 제1왕조의 왕권이 얼마나 절대적이었는지, 그리고 내세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다. 왕의 시종, 노예, 심지어 애완동물까지 왕의 사후 세계를 섬기도록 함께 매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왕의 신성함과 권력이 현실 세계를 넘어 사후 세계까지 확장된다는 당시의 강력한 믿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제1왕조 이후에는 인신공양의 풍습이 점차 사라지고, 대신 인형이나 대용물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7. 이집트 통일 국가의 토대
이집트 제1왕조는 나카다 III기 동안의 통합 노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통일 국가를 수립하고 발전시킨 시기이다. 초기 왕들은 행정 시스템을 정비하고, 상형문자를 통해 기록을 남겼으며, 왕실 장례와 인신공양과 같은 의례를 통해 왕권을 신격화하였다. 비록 남아있는 기록이 적어 모든 측면을 상세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 시기는 이후 고왕국 시대의 찬란한 문명이 꽃필 수 있는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집트 역사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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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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