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Solomon, BC. 990~931년경) : 이스라엘 제3대 왕(BC. 970~931년경)

 

• 솔로몬 Solomon / 히브리어 : שְׁלֹמֹה 쉴로모 /
• 부친 : 다윗(David)
• 모친 : 밧세바(Bathsheba)
• 배우자 : 나아마(Naamah), 파라오의 딸을 포함하여 왕족 출신의 아내 700명, 후궁 300명
• 자녀들 :
  르호보암(Rehoboam) : 솔로몬과 나아마의 아들, 유다 왕국의 초대 왕
  다밧(Taphath) : 솔로몬의 딸, 그의 관리 벤아비나답의 아내(열왕기상 4:11)
  바스맛(Basemath) : 솔로몬의 딸, 아히룻의 아들 아히마아스의 아내(열왕기상 4:15)
• 재위 : 기원전 970년경 ~ 기원전 931년경
• 전임 : 다윗
• 후임 : 르호보암

『솔로몬 왕』(1872년) - 시메온 솔로몬 作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황금기를 이끈 두 번째 왕 솔로몬(Solomon, c. 970–931 BCE)은 역사상 가장 지혜롭고 부유했으며 강력했던 통치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은 지혜와 평화의 상징처럼 불리며,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 계통의 모든 주요 종교에서 깊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성경에는 그가 다스린 이스라엘 왕국이 전례 없는 번영을 누렸고, 예루살렘 성전이라는 웅장한 건축물을 지었으며, 온 세상의 지혜자들이 그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통치 말기에는 타락과 죄로 인해 왕국이 분열되는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솔로몬의 삶은 영광과 번영, 그리고 인간적인 실수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이다. 그의 역사적 실존성과 업적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분분하다.

 

1. 성경에 기록된 솔로몬의 삶 : 지혜와 영광의 통치

 

성경은 주로 사무엘하(2 Samuel), 열왕기상(1 Kings), 역대기하(2 Chronicles)를 통해 솔로몬의 생애를 기록한다.

 

1) 연대기

 

솔로몬의 재위 기간은 약 기원전 970년부터 931년까지로 추정된다. 이는 성경의 연대기를 기반으로 한 것이며, 고고학적 기록과 대조하여 그 신뢰성을 검증하는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의 통치는 이스라엘의 최고 전성기로 여겨진다.

 

2) 어린 시절

 

솔로몬은 다윗(David)과 밧세바(Bathsheba) 사이에서 태어난 두 번째 아들이며,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다. 첫째 아들은 다윗의 간통으로 인해 태어난 죄의 결과로 일찍 죽었다고 기록된다. 성경은 솔로몬이 다윗과 밧세바 사이의 간통이 속죄된 후 태어났기 때문에 ‘평화’를 의미하는 ‘솔로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암시한다. 또한 그는 ‘여디디야’(Jedidiah, 여호와께 사랑받는 자)라는 또 다른 이름도 받았다.

 

3) 왕위 계승과 행정

 

늙은 다윗 왕이 노쇠하자, 그의 아들 아도니야(Adonijah)가 왕위를 계승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밧세바와 선지자 나단(Nathan)의 노력으로 다윗은 자신의 약속대로 솔로몬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사독(Zadok) 제사장에 의해 기름 부음을 받은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다. 그는 왕위에 오른 후, 다윗에게 충성했던 인물들을 등용하고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들을 제거하며 왕권을 강화했다.

 

4) 지혜

 

솔로몬은 젊은 나이에 왕이 된 후, 기브온(Gibeon)에서 하나님께 백성을 다스릴 지혜를 구했다. 하나님은 그의 겸손한 기도를 기뻐하시며 지혜와 더불어 부와 명예까지 주셨다고 기록된다. 그의 지혜는 ‘솔로몬의 재판’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한 아이를 두고 다투는 두 창녀의 거짓 주장을 꿰뚫어 보고 진짜 어머니를 가려낸 일화이다. 그의 지혜는 널리 알려져 전 세계의 통치자들과 학자들이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특히 성경의 잠언(Proverbs), 전도서(Ecclesiastes), 아가서(Song of Songs)는 솔로몬의 저작으로 알려져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헌으로 여겨진다.

 

5) 부와 번영

 

솔로몬의 시대는 이스라엘 역사상 전례 없는 부와 번영의 시기였다. 그는 주변 국가들과의 교역과 무역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다. 특히 두로(Tyre)의 히람(Hiram) 왕과의 동맹을 통해 해상 무역을 확장했으며, 육로를 통해서도 광범위한 교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의 수입은 연간 666 달란트의 금(약 25톤)에 달했다고 기록될 정도로 엄청났다.

 

6) 건축 사업

 

솔로몬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예루살렘에 하나님의 성전(Solomon's Temple, 혹은 첫 번째 성전)을 건축한 것이다. 이는 그의 아버지 다윗이 소원했지만 이루지 못한 일이었다. 성전 건축은 7년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두로의 기술자와 장인, 레바논의 백향목 등 최고급 재료와 기술이 총동원되었다. 성전 외에도 솔로몬은 자신의 왕궁을 13년에 걸쳐 건축했으며, 밀로(Millo) 요새와 예루살렘의 수로 시설도 정비했다. 또한, 하솔(Hazor), 므깃도(Megiddo), 게셀(Gezer) 등 주요 도시들을 요새화하고 확장했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7) 아내들과 첩들

 

솔로몬에게는 700명의 왕비와 300명의 첩이 있었으며, 이들 중 많은 수가 주변 이방 민족의 공주들이었다. 이는 당시 왕국의 평화로운 외교 정책의 일환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타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이집트 파라오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기도 했다.

 

8) 스바 여왕과의 관계

 

지혜와 부에 대한 소문을 듣고 스바(Sheba)의 여왕이 솔로몬을 찾아왔다. 그녀는 많은 질문과 선물로 솔로몬을 시험했고, 솔로몬의 지혜와 왕국의 번영에 깊은 인상을 받고 큰 찬사를 보냈다. 이 만남은 그의 지혜와 명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9) 죄와 징벌

 

솔로몬은 말년에 수많은 이방인 아내들의 영향으로 이방 신들을 숭배하고 우상을 섬기기 시작했다. 이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금하신 행위였다. 성경은 이러한 그의 불순종이 하나님의 진노를 샀고, 결국 왕국이 분열되는 벌을 받게 된다고 기록한다.

 

10) 적들

 

솔로몬의 죄로 인해 하나님은 그의 주변에 적들을 세우셨다. 에돔 사람 하닷(Hadad the Edomite), 소바 왕 르손(Rezon of Zobah) 등이 솔로몬의 왕국을 위협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는 북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여로보암(Jeroboam)이 솔로몬에게 대항했다.

 

11) 죽음, 르호보암의 계승과 왕국 분열

 

솔로몬은 40년간 이스라엘을 통치한 후 사망했다. 그의 아들 르호보암(Rehoboam)이 왕위를 계승했으나, 르호보암은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가혹한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남유다(르호보암이 통치하는 유다와 베냐민 지파)와 북이스라엘(여로보암이 통치하는 나머지 10지파)로 분열되는 비극을 맞이했다. 이는 솔로몬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 실현된 것으로 여겨진다.

 

2. 외경 또는 제2경전 속 솔로몬

 

정경 외에도 여러 외경과 제2경전들이 솔로몬과 그의 지혜를 다룬다.

 

• 지혜서(Book of Wisdom) : 지혜로운 솔로몬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으로 알려진 철학적 묵상록이다.
• 솔로몬의 시편(Psalms of Solomon) : 솔로몬에게 귀속된 시편 모음집이다.
• 솔로몬의 유언(Testament of Solomon) : 솔로몬이 악마들을 통제하고 성전을 짓는 데 사용했다고 알려진 마법의 반지 이야기를 포함한다.

 

이러한 텍스트들은 솔로몬의 신비하고 마법적인 면모를 부각시킨다.

 

3. 솔로몬의 역사성 : 논쟁과 고고학적 증거

 

솔로몬의 역사성은 학계에서 상당한 논쟁의 대상이다. 성경 기록의 신뢰성과 고고학적 증거의 부재 또는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1) 성경 기록에 대한 회의적 주장

 

일부 학자들은 성경에 묘사된 솔로몬의 제국이 당대의 기술력과 자원으로는 불가능했을 정도로 너무나 웅장하게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솔로몬 시대의 예루살렘이 단순한 작은 마을이었을 뿐, 성경에 묘사된 것과 같은 거대한 건축물을 지을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고 본다. 따라서 성경 기록은 후대 왕들의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다윗과 솔로몬을 미화하고 과장한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2) 성경 기록을 옹호하는 주장

 

반면, 다른 학자들은 성경의 기록이 전반적으로 사실에 기반하며, 솔로몬 시대에 상당한 수준의 왕국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들은 고고학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이는 발굴의 한계이거나, 유적들이 파괴되었을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 중도적 입장

 

많은 학자들은 중도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다윗과 솔로몬이 역사적으로 실존했으며 어느 정도 통일된 정치체를 통치했음을 인정하지만, 성경에 묘사된 제국의 규모는 “문학적인 과장”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즉, 그들은 성경이 제시하는 모든 세부 사항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역사적 핵심은 존재하나 서사적 요소가 가미되었다는 시각을 유지한다.

 

4) 고고학적 발견

 

예루살렘에서는 솔로몬 시대의 것으로 명확히 입증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나 성전의 잔해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솔, 므깃도, 게셀에서는 육각형 문과 아쉴라 궁전과 같은 대규모 유적들이 발굴되었는데, 과거에는 이것들이 솔로몬 시대의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학계의 주된 견해는 이러한 구조물들이 솔로몬 시대 이후의 시기에 건설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고학은 기원전 10세기경 해당 지역에 상당한 정치적 복합성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이는 성경적 맥락과 완전히 배치되지는 않는다.

 

5) 성경 비평 : 솔로몬의 종교성

 

성경 비평학자들은 솔로몬이 초기에 야훼 신앙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말년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방 신앙을 허용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등 종교적으로 혼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타락은 단순한 개인의 죄를 넘어, 당시 이스라엘 왕국의 종교적, 사회적 문제점을 반영한다고 해석된다.

 

4. 종교적 관점 : 솔로몬의 위대한 유산

 

솔로몬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바하이교, 드루즈교 등 다양한 종교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1) 유대교

 

유대교 전통에서 솔로몬은 위대한 지혜의 왕이자 예루살렘 성전의 건축가로 존경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타락과 왕국의 분열은 인간의 나약함과 교훈적인 경고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의 이름은 지혜와 권위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2) 기독교

 

신약 성경에서 솔로몬은 예수(Jesus)와 비교되며 지혜의 교사로 묘사된다. 예수 자신도 솔로몬의 모든 영광보다 들꽃의 아름다움이 더 뛰어나다고 언급하며, 솔로몬의 물질적 부와 지혜를 초월하는 영적인 가치를 강조한다. 이는 솔로몬의 지혜가 비록 대단할지라도, 진정한 영적 지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온다는 기독교적 관점을 보여준다.

 

3) 이슬람교

 

이슬람에서 솔로몬(술라이만, Sulayman)은 다윗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알라의 예언자이자 왕이다. 꾸란은 그가 새, 바람, 그리고 진(jinn, 정령)들을 통제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과 지혜를 가졌다고 묘사한다. 그는 정의롭고 현명한 통치자로서의 전형으로 존경받으며, 그의 이름은 권위와 지혜의 상징이다.

 

4) 바하이교

 

바하이교는 솔로몬을 인류 역사상 여러 시기에 나타난 ‘하느님의 현현자’(Manifestation of God) 중 한 명으로 인식한다. 바하이 신앙은 모든 위대한 종교 창시자들이 신성한 메시지를 가져왔다고 믿으며, 솔로몬 또한 그 계보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가르친다.

 

5) 드루즈교

 

드루즈교는 솔로몬을 중요한 선지자 중 한 명으로 존경한다. 그들은 솔로몬이 진정으로 신성한 지혜를 깨닫고 종교적 진실을 전파했다고 믿는다.

 

5. 솔로몬에 대한 전설 : 환상과 마법의 왕

 

솔로몬의 지혜와 권능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을 넘어 다양한 전설과 민담으로 이어져 왔다.

 

• 천일야화 : 유명한 아랍 설화집 ‘천일야화’(One Thousand and One Nights)에서 솔로몬은 마법의 반지를 통해 진(jinn)들을 지배하고 부리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고대 지식과 신비한 힘을 가진 마법사 왕으로 묘사된다.
• 천사들과 마법 : 헬레니즘 시대의 많은 부적과 메달에는 솔로몬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그가 마법사이자 악령을 쫓아내는 자로 알려졌음을 보여준다. ‘솔로몬의 유언’과 같은 중세 주술서에는 그가 악마들을 통제하고 부릴 수 있는 방법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 솔로몬의 보좌 : 전설에 따르면 솔로몬의 보좌는 매우 호화롭고 정교했으며, 움직이는 부분이 있어 당대 가장 놀라운 기계 장치 중 하나였다고 한다. 어떤 왕국의 보좌도 이와 같지 않았다고 묘사되며, 이는 그의 부와 기술력을 상징하는 요소가 되었다.

 

솔로몬은 지혜, 부, 영광의 정점을 경험했던 인물이다. 성경은 그를 하나님께 지혜를 받은 이상적인 왕으로 그리면서도, 그의 인간적인 실수와 타락이 어떻게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삶은 한 시대의 흥망성쇠를 담고 있으며, 아브라함 계통의 모든 주요 종교에서 깊이 존경받는 인물로 남아있다. 역사 속 솔로몬의 실체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지혜와 권능에 대한 이야기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단순한 왕이 아니라, 인류에게 영원히 회자될 전설적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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