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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7일 월요일

[오늘의 역사] 1612년 8월 18일, 펜들 마녀재판의 전말: 공포와 종교적 갈등이 빚어낸 영국의 비극

1. 서론: 1612년 8월 18일, 랭커셔의 어두운 아침

1612년 8월 18일, 영국 북서부 랭커셔(Lancashire)주의 펜들(Pendle)과 샘스베리(Samlesbury)에서 시작된 마녀재판은 초기 근대 사법 역사에서 단순한 형사 사건 이상의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다. 이 시점은 종교 개혁의 여파가 영국 전역을 휩쓸며 구체제와 신체제가 충돌하던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당시 마녀사냥은 단순한 민간 미신을 넘어, 국가 사법 체계와 종교적 권위가 결합하여 '사회 통제(Social Control)'를 실현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했다.

윌리엄 해리슨 에인스워스의 저서 《랭커셔의 마녀들 》 에서 발췌한, 피고인 올드 채톡스와 그의 딸 앤 레드펀이 펜들 거리를 걷는 모습.

펜들 마녀사냥의 발단은 알리존 데바이스(Alizon Device)라는 소녀가 행상인에게 핀을 구걸하다 거절당하자 저주를 퍼부은 사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평범한 갈등은 지역 치안판사 로저 노웰(Roger Nowell)의 정치적 야망과 맞물려 대규모 재판으로 확대되었다. 펜들 재판은 '무질서한 법치(Disorderly Legality)'라는 개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국가 권력이 제공한 '사법적 무대' 위에서 민중의 고발과 자백이 연극처럼 펼쳐지며, 사회적 하층민이 권력자를 단죄할 수 있는 기묘한 권력을 일시적으로 행사하게 만든 국가적 비극이었다. 1612년 8월 18일의 기록은 공포가 어떻게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법 체계를 광기로 물들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로서 '오늘의 역사' 시리즈에서 다룰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2. '질서 없는 여성'의 낙인: 마녀로 지목된 이들의 사회적 초상

초기 근대 영국 마을 공동체 내에서 '무질서한 여성(Disorderly Woman)'이라는 이미지는 마녀 고발을 유도하는 전략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다. 마을의 평판(Reputation)은 법적 증거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으며, 사회적 규범에서 일탈한 행위는 곧 마법적 위해(Maleficium)의 징후로 해석되었다.

역사학적 관점에서 볼 때, 펜들 재판의 피고들은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아니라 수십 년간 쌓여온 '나쁜 이름(Naughtie name)'의 결과물이었다. 1582년 세인트 오시스(St. Osyth) 재판의 엘리자베스 베넷(Elizabeth Bennet) 사례는 이를 잘 보여주는 선례다. 베넷은 처음에는 타인을 고발하는 증인으로 나섰으나, 그녀 자신의 반사회적 평판과 '욕설', '다툼' 등의 행적이 부각되면서 결국 마녀로 몰려 처형되었다. 1618년 링컨의 조안 플라워(Joan Flower) 역시 '종교에 무지하고 저주를 일삼는 악의적인 여인'으로 묘사되며 공공의 적이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난과 소외 속에서 이웃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 '입이 거친(Scold)'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구분

반사회적 행위 유형

사회적 해석 및 법적 결과

언어적 폭력

욕설, 저주, 중얼거림(Murmuring)

마법적 공격의 직접적 선언으로 간주

사회적 일탈

구걸, 사생아 출산, 간통

도덕적 부패와 악마적 결탁의 증거

갈등 양상

자선 거부에 대한 분노 표현

보복성 마법(Maleficium)의 확실한 동기

사법적 영향

'나쁜 이름'의 축적

재판정에서 유죄 판결을 끌어내는 결정적 평판

사회적 일탈에 대한 이러한 낙인은 점차 초자연적 영역인 '페밀리어(Familiar)'와의 공모라는 구체적인 환상으로 진화했다.

3. 페밀리어(Familiar): 일상 속의 동물이 악마의 형상이 되기까지

영국 마녀재판의 독특한 특징인 '페밀리어(Familiar)' 신앙은 농촌 생활의 일상성과 악마론적 공포를 정교하게 결합했다. 이는 지식인층의 개신교적 '인간 중심주의(Anthropocentrism)'와 민중의 '의인화(Anthropomorphism)' 경향이 충돌하며 빚어낸 기묘한 심리적 산물이었다.

개신교 신학자들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엄격히 구분하며, 동물을 단순히 인간의 도구로 보았다. 그러나 민중은 동물과 훨씬 가까운 공생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들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거나 초자연적 힘을 발휘한다는 믿음을 가졌다. 재판 기록에 등장하는 '빵과 우유'를 먹이며 페밀리어를 키웠다는 자백은 당시 농경 사회의 주식을 악마와 공유한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특히 마녀의 신체에서 '피를 빠는 행위'는 악마와의 계약을 증명하는 신체적 증거인 '마녀의 젖꼭지(Witch's teat)'에 대한 사법적 집착으로 이어졌다.

엘리자베스 클라크(Elizabeth Clark) 등의 자백에 등장하는 기괴한 페밀리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식초 톰(Vinegar Tom): 긴 다리를 가진 그레이하운드 형태에 소의 머리와 넓은 눈을 가진 괴물.
  • 자마라(Jarmara): 하얀 바탕에 모래색 반점이 있고 다리가 짧은 뚱뚱한 개.
  • 새크 앤 슈가(Sack and Sugar): 검은 토끼의 형상을 한 존재.
  • 사탄(Sathan): 고양이나 두꺼비의 형상으로 나타나 주인의 복수를 돕는 영리한 악마.

이러한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공포는 펜들 지역의 가문 간 라이벌 의식과 결합하여 치명적인 비극을 잉태했다.

4. 펜들의 두 가문: 뎀다이크와 채톡스의 치명적 라이벌 관계

펜들 숲의 두 핵심 가문인 엘리자베스 사우던스(뎀다이크)와 앤 휘틀(채톡스)의 경쟁은 재판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원동력이었다. 두 노파는 80대의 고령으로 극심한 빈곤 속에서 살았으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마법 능력을 과시하며 이웃을 위협하거나 치료비를 받는 '가난의 악순환(Poverty Cycle)' 속에 있었다. 앤 휘틀이 "연간 일정량의 가루(aghen-dole of meal)"를 보호비 명목으로 요구한 것은 마법 능력을 이용한 '협박적 갈취'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들의 갈등은 1612년 성금요일(Good Friday), 뎀다이크의 거처인 몰킨 타워(Malkin Tower)에서의 모임으로 폭발했다. 당국은 이 모임을 유럽 대륙의 '사바트(Sabbat)'와 유사한 악마 숭배 집회로 규정했다. 특히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리는 성금요일에 고기를 먹으며 복수를 모의했다는 증언은 '신성 모독(Contamination of the Sacred)'이자 철저한 '전도(Inversion)'로 간주되어 배심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재판 기록에 나타난 가문원들의 구체적인 마법 행위는 다음과 같다.

  • 점토 인형(Clay image): 특정 인물의 형상을 점토로 빚어 가시를 찌르거나 말려 죽이는 유감 마법.
  • 공동묘지 도굴: 뉴커치(Newchurch) 묘지에서 사람의 해골 3개와 치아 8개를 도굴하여 마법의 도구로 사용.
  • 역전된 제의: 성찬식 빵을 먹지 않고 악마에게 바치려 시도하거나, 거룩한 물건을 세속적 마법에 사용.

이 가문들의 비극 뒤에는 랭커셔라는 지역이 가진 특수한 종교적 긴장이 도사리고 있었다.

5. 랭커셔의 종교적 긴장: 가톨릭 잔재와 개신교의 개혁 의지

랭커셔는 엘리자베스 1세와 제임스 1세 시기에 '가톨릭의 거점(Catholic Stronghold)'이자 종교적 '어둠의 구석'으로 인식되었다. 존 화이트(John White)는 그의 저서 『진정한 교회로 가는 길(Way to the True Church)』에서 랭커셔 주민들이 개신교 교리에는 무지한 채, 라틴어 기도문을 외우거나 십자 성호를 긋는 등의 가톨릭 관습(Recusancy)에 집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신교 개혁가들에게 이러한 가톨릭적 전통은 '미신'이자 '마법'과 다름없었다. 실제로 펜들 마녀들이 사용한 주문은 대개 변질된 가톨릭 기도문이었다.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데바이스의 어머니가 사용한 "Crucifixus hoc signum vitam Eternam. Amen" 같은 라틴어 주문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성호에 대한 가톨릭적 숭배가 마법적 주술로 변형된 것이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열린 샘스베리(Samlesbury) 재판에서 피고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고발 자체가 가톨릭 신부에 의해 조작된 '음모설'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재판부가 마녀사냥을 종교적 정통성을 확립하고 국가적 충성심을 시험하는 정치적 도구로 사용했음을 시사한다. 제임스 1세의 『악마론(Daemonologie)』과 1604년의 엄격한 마녀 처벌법은 이러한 종교적 적대감을 법적 처벌로 구체화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6. 아동의 증언과 법적 학살: 제넷 데바이스의 비극

펜들 재판이 남긴 가장 잔혹한 유산은 9세 소녀 제넷 데바이스(Jennet Device)의 증언이다. 당시 영국법은 14세 미만 아동의 증언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마녀사냥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제넷의 증언은 법적 효력을 얻었다. 제넷은 법정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남매가 악마와 공모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며 차분하고 생생하게 진술했다. 어머니가 절규하며 딸의 말을 막으려 하자, 제넷은 어머니를 법정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이 "무질서한 법치의 극장"에서 어린아이의 천진한 증언은 배심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주었고, 결국 10명의 피고가 교수대로 향하게 되었다.

1612년 재판 결과 처형된 10명의 명단과 주요 혐의는 다음과 같다.

  1. 앤 휘틀(채톡스): 로버트 너터 살해 및 장기간의 마법적 위해.
  2. 엘리자베스 데바이스: 존 로빈슨 살해 및 몰킨 타워 집회 주도.
  3. 제임스 데바이스: 앤 타운리 살해 및 가축 학살.
  4. 알리존 데바이스: 행상인 존 로턴을 마법으로 마비시킴.
  5. 앤 레드퍼네: 크리스토퍼 너터 살해 혐의.
  6. 앨리스 너터: 헨리 미턴 살해 공모 및 부유한 지위에서의 마법 사주.
  7. 캐서린 휴잇: 콜른 지역의 아동 살해 모의.
  8. 제인 불콕: 마녀 집회 참석 및 위해 공모.
  9. 존 불콕: 제인 불콕과 함께 마녀 집회 참석.
  10. 이사벨 로베이(Isabel Robey): 마법을 통한 질병 유발 및 이웃 위해.

이 비극적인 명단은 한 소녀의 증언이 국가 사법 권력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참혹한 학살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역사에 각인시켰다.

7. 결론: 역사의 교훈 - 공포가 이성을 집어삼킬 때

1612년 펜들 마녀재판은 단순한 과거의 우발적 비극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불안, 종교적 배타성, 그리고 사법 체계의 맹점이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집단 광기의 상징이다.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재판은 민속 신앙과 엘리트 계층의 악마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희생양'을 만들어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재판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죄(Invisibe Crime)"에 대한 가시적 처벌이었다. 빈곤하고 소외된 계층의 여성들은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가라지(Tares)'로 규정되어 제거되었다. 펜들 재판은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오늘날의 사회는 소외된 계층에 대한 낙인찍기와 공포의 정치화로부터 자유로운가? 이성이 마비되고 집단적 편견이 법의 이름을 빌려 폭력을 휘두를 때, 그 대가는 언제나 가장 약한 자들의 피로 치러졌음을 펜들의 역사는 묵직하게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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