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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0일 토요일

“법률 전문가의 치명적 실수” 학폭 재판 ‘노쇼’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충격적 질문들 - 권경애 변호사 학교폭력 재판 불출석 사건

“법률 전문가의 치명적 실수” 학폭 재판 ‘노쇼’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충격적 질문들















1. 도입부: 8년의 기다림이 3번의 불출석으로 무너질 때


학교 폭력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 재판은 지난 8년의 세월을 견디게 한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청소 일을 하며 오직 정의가 실현될 날만을 기다려온 어머니의 삶은, 그러나 믿었던 법률 대리인의 세 차례 ‘노쇼(No-show)’로 인해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1심에서 가해자 중 한 명에게 얻어냈던 소중한 승소 판결조차 항소심에서의 불출석으로 인해 허망한 패소로 뒤바뀌고 말았다. 법률 전문가의 무책임한 방치가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마땅히 실현되어야 할 사회적 정의를 어떻게 유린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 비극을 통해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2. “각서에 없는 조건은 무효” - 대법원이 일침을 가한 법리의 기본


권경애 변호사는 자신의 과실로 재판이 종결된 사실을 알리며 유족에게 9천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하지만 이후 그녀는 ‘언론 보도 금지’가 조건이었는데 보도가 되었으니 돈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처분문서(법적 권리·의무를 확정하는 문서)’의 엄격한 해석 원칙을 들어 9천만 원 약정금 청구를 기각했던 원심을 파기했다.

“각서의 약정 지급 조건은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권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처분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을 텐데, (조건이 있었다면) 각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적 분쟁에서 문서에 기재된 내용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대법원은 법 전문가인 변호사가 각서에 쓰지도 않은 ‘이면의 조건’을 핑계 삼아 약속한 보상마저 회피하려 한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전문가일수록 문서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준엄한 법리의 심판이다.


3. 몸이 아파서 못 갔다던 날, SNS에는 150쪽짜리 분석글이 올라왔다


권 변호사가 재판에 불출석한 사유로 내세운 해명은 대중의 분노를 들끓게 했다. 그녀는 첫 번째 불출석 당시 ‘건강상 이유로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재판 기일 이틀 전, 그녀의 SNS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50쪽 분량의 공소장을 정밀 분석한 글이 버젓이 올라왔다.

의뢰인의 인생이 걸린 재판에는 ‘몸이 아파서’ 출석하지 못했다던 변호사가, 정작 정치적·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타인의 사건 분석에는 그 누구보다 부지런했던 것이다.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활동을 의뢰인의 권익보다 우선시한 이 모순된 행동은 전문가로서의 직업윤리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 ‘정직 1년’이라는 솜방망이 징계와 변호사 업계의 폐쇄성


대한변호사협회가 내린 ‘정직 1년’이라는 처분은 유족이 겪은 8년의 고통과 비교하면 턱없이 가벼운 결과였다. 징계 절차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유족은 조사 시작 사실조차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아야 했다. 어머니와 유족 측 대리인이 딸의 영정 사진을 들고 변협 복도에서 반나절을 기다렸지만, 권 변호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오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한없이 관대하다고 볼 수밖에 없죠. 잘못한 건 변호사인데 어머니는 죄인이 된 심정으로 딸을 마주하러 갑니다. 주원이한테 면목이 없어요.”

전문가 집단의 폐쇄적인 자정 작용은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기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었다. 정직 기간만 지나면 다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현실 앞에서, 어머니는 “권경애가 왜 변호사를 계속해야 합니까”라며 피맺힌 질문을 던지고 있다.


5. 9천만 원의 가치: 위자료인가, 입막음용 약정금인가?


이번 법적 공방의 핵심은 권 변호사가 확정적으로 배상해야 할 6,500만 원(손해배상금) 외에, 각서에 명시된 9,000만 원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었다. 권 변호사 측은 이 9,000만 원이 정신적 위자료와 중복되므로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자신의 과실에 대한 배상금으로 이미 퉁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유족 측 대리인은 이 금액이 단순한 위자료가 아니라, 변호사가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유족에게 제시했던 ‘약정금’임을 명확히 했다. 만약 이것이 위자료와 섞인 성격이라면, 8년의 세월을 날려버린 대가는 최소 9,0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대법원이 약정금 부분에 대해 유족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전문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얄팍한 법 기술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결론: 변호사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변호사법은 변호사에게 ‘기본적 인권 옹호’와 ‘성실한 직무 수행’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법률 전문가가 이 성스러운 의무를 망각했을 때, 평범한 시민의 삶이 얼마나 잔인하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잘못은 변호사가 했는데 왜 어머니가 죄인이 되어 딸을 보러 가야 하는가”라는 이 뼈아픈 질문에 우리 사회와 법조계는 이제 답해야 한다. 진정한 사과는 화려한 분석글이나 말뿐인 미안함이 아니라, 자신의 과오에 대해 끝까지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는 성실함에서 시작된다.

전문가의 불성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는 소리 없는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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